[가디언 테일즈] 스토리보드 – 올해의 퓰리처상 후보인 것 가테

'가디언 테일즈'를 즐기는 유저 여러분은 '퓰리처상'에 대해 알고 있는가? 미국의 신문 저널리즘이나 문화적으로 큰 파급력을 행사했거나, 업적을 세운 이에게 선사하는 상이다. 기자나 사진작가를 위한 상이라고 생각하면 얼추 정답이다.

오늘의 주인공은 가디언 테일즈 세계에 퓰리처상이 있었다면, 강력한 수상 후보가 되었을 인물이다. 외전 스토리 '인베이더 잠입 취재'의 주인공인 '인베이더 기자'다. 용감한 건지 겁이 없는 건지 악명 높은 제13군단에 잠입 취재를 시도했고, 이를 통해 인베이더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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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키 퍼슨: '인베이더 기자'

▲ 평소에 뭘 하고 다니면 이런 행동력이 나오는 걸까? (사진: 국민트리 제작)

아쉽게도 용감무쌍한 인베이더 기자의 자세한 외형은 파악할 수 없다. 2등신 도트 그래픽을 통해 '흰 와이셔츠를 입고 벙거지와 카메라를 목에 건 인베이더'라고 알 수 있을 따름이다. 인 게임에서는 플레이어블 캐릭터이고, 저 의상이 의외로 튀기 때문에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성향은 헤실 기사처럼 유저 선택에 따라 선과 악 중 원하는 길을 고를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인간미가 있는 모습이다. 선택지에 따라 동족인 제13군단의 만행을 고발하는 기사로 어마어마한 파문을 일으킬 수 있고, 애완동물 취급받는 포로 소녀를 도와줄 수도 있다. 이런 인간미는 외전의 결말과 본인 행적을 결정짓는 요소가 되는데, 자세한 건 잠시 후 알아보자.

철저한 직업 정신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암흑 마법사가 두 눈 버젓이 뜨고 있는 병영에 혈혈단신으로 잠입해 온갖 중요 시설을 들쑤시고 다닌다. 그러면서 앞서 언급한 애완동물 소녀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포로수용소에서 그녀의 언니를 찾아내는 위험도 감수한다. 그 밖에 암흑 마법사의 정체를 밝히려고 그녀의 막사에 잠입한 적도 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직업 정신보다는 일종의 광기 아닐까 싶다. 이 정도면 목숨을 내놓고 다니는 것 아닌가?

제13군단의 베일을 벗겨라!

소일렌트 그린 이즈 피플!

▲ 극악무도한 전쟁 범죄도 있지만, 의외로 인간성이 남아있는 사례도 있었다 (사진: 국민트리 제작)

이제 외전 스토리 본편으로 시선을 돌리자. 이야기의 골자는 '제13군단의 비밀 파헤치기'이며, 인베이더 기자가 군단에 잠입해 특종감을 수집하면서 생기는 일을 다룬다. 군단 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인베이더 군단에는 여러 부대가 존재한다. 부대마다 담당하는 업무가 있는데, 제13군단은 '정화 기관'이라고 한다. 여러 에피소드에서 뿌린 묘사를 종합하면, 인베이더가 이 별의 주민들을 몰아내고 정착하기 위한 작업을 담당하는 것이란 추측이 있다.

기자가 잠입한 제13군단의 본거지는 이 '정화' 작업을 위한 사전 준비 및 연구가 이루어진다. 좋게 말하면 철저한 계획 수립과 실행이다만, 여기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연구라는 것이 포로 학대와 학살, 필요 이상으로 그로테스크한 인체 실험을 대전제로 깔고 있어서다.

최대한 수위를 조절해서 설명해보겠다. 기본적으로 포로들은 인베이더들의 생존을 위한 '항체' 제작을 위해 사용하는 '샘플' 취급이다. 이로 인해 군단 내에는 샘플의 시체가 산을 쌓고 있다. 심지어 시신 일부를 훼손하는 모습도 등장한다.

▲ 인베이더의 포로 학대와 인체 실험은 인종을 가리지 않는다 (사진: 국민트리 촬영)

이런 악행이 포로만을 향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애초에 인베이더 기자가 잠입을 강행한 건 제13군단이 아군조차 실험에 사용한다는 소문을 듣고 이를 파헤치기 위해서다. 아니나 다를까 인베이더 기자는 생체 실험 장면을 포착할 수 있었다. 캔터베리인과 화평을 맺자는 반전주의자, 군단 입장에서는 불순분자에 수상한 약물을 주사해 '슈퍼 인베이더'로 만드는 장면이다. 게다가 과학자들의 언동을 보면 전에도 무수한 실험을 했고, 인체 실험에 일말의 주저나 죄책감이 없는 모습을 보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인베이더의 포로 학대 및 항체 에피소드는 이후 월드 11의 '인베이더 연구소'에서 자세히 다룬다. 이에 유저들은 '인베이더 잠입 취재'와 '인베이더 연구소'를 어느 정도 이어지는 이야기로 취급한다. 문제는 두 에피소드 모두 유혈이 낭자한 점인데, 슬래셔나 고어 장르에 약한 유저라면 충분한 마음의 준비를 하길 바란다.

누나가 왜 여기서 나와?

잠입 취재를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쉬버링 산맥에 출연한 이누이트 소녀, 챔피언 '코코'다. 더욱 놀라운 건 그녀가 악랄하기 그지없는 인베이더 연구소의 협력자로 활동 중인 점이다. 연구소에서 발견되는 설인과 이누이트 포로, 샘플은 모두 그녀의 작품이다. 이들을 붉은 얼음으로 얼려 군단에 제공하고 있었다. 지위도 결코 낮지 않은 것 같다. 인베이더들이 포로 설인을 잡아먹으려 하자 능숙하게 제지해 돌려보내고, 군단장인 베스의 이름을 큰 거리낌 없이 부른다.

▲ 이건 말리지 않을테니 하던 일 계속하세요 (사진: 국민트리 촬영)

충격적인 재등장이지만 유저들은 의외로 빠르게 상황을 받아들였다. 쉬버링 산맥 스토리를 겪은 유저들은 이미 이곳 주민들에게 학을 뗀 지 오래다. 오히려 그들의 역한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은 '얘네들은 당해도 싸'라며 쌤통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챔피언이 적대 세력을 거드는 점에 어이없어한 유저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완전히 전향한 건 아닌 모양이다. 월드 11 인베이더 연구소에서 다시 얼굴을 비추는데, 설인 왕자와 마코가 인질로 잡혀 어쩔 수 없이 협력 중이었다. 이때 두 인질의 구출 여부에 따라 그녀의 생사가 갈리니 참고하자. 인질을 구출하면 암흑 마법사(=베스)가 설인 왕자와 마코를 살려둘 생각이 없음을 알고 인베이더에게 복수할 것을 맹세한다.

인베이더: 저기요, 우리도 사람이거든요?

▲ 개그 신인 줄 알았는데, 인베이더도 인간적인 면이 있다는 복선이었을 줄이야 (사진: 국민트리 촬영)

가디언 테일즈의 스토리는 평소 '굉장히 매운맛'이라고 불리지만, 잠입 취재와 연구소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잔인한 묘사 때문에 더 충격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수위 때문에 스토리 진행이 힘들다는 유저가 있을 정도다. 악역은 악역다워야 쓰러트릴 때 카타르시스가 있는 법이지만, 이건 너무했다는 말도 적지 않다.

여기까지의 스토리를 감상하면 인베이더를 향한 분노가 무럭무럭 샘솟을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있다. 이 사실을 접하고 분노한 건 유저뿐만이 아니다. 외전 스토리는 특종감 수집율과 인베이더 기자의 선택에 따라 결말이 변하는 멀티 엔딩이다. 그리고 팬덤에서 정사로 취급받는 '제13군단을 비판하는 기사'를 발행했을 경우 인베이더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아 반대 시위를 벌인다. 인베이더 내에서도 정화를 빌미로 벌어지는 이들의 만행은 선을 넘었다고 여기는 듯싶다.

▲ 포로를 걱정하고 보살펴주는 모습은 정말 의외였다는 평이 많았다 (사진: 국민트리 촬영)

스토리를 꼼꼼하게 살펴보면, 인베이더들에게 의외의 인간성과 양심을 엿볼 수 있다. 대부분 인베이더가 포로들을 학대하는 가운데, 일부 병사들은 몰래 이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거나 챙겨주곤 한다. 그리고 감독하는 인원도 무모한 행위를 타박하지만, 병사들의 행동을 눈감아주면서 들키지 말라고 당부하는 선에서 끝낸다.

물론, 적대 세력의 포로를 돌봐준 병사들이 좋은 꼴을 당할 리가 만무하다. 군단장인 베스는 시시때때로 이들을 색출해 공개 처형하며, 단숨에 뿌리 뽑지 못하는 점에 골머리를 썩는다. 무시무시한 침략자 인베이더 중에도 반전주의자나 온건파 세력이 절대 적지 않다는 의미다.

무모할 정도로 용감한 잠입 취재의 결말

그는 빅 브라더, 아니 빅 시스터를 사랑했다

앞서 언급한 엔딩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 보자. 제13군단의 악행을 폭로하는 것 외에 두 가지 루트가 더 있다. 첫 번째는 기자가 군단의 포로 학대와 인체 실험을 옹호하는 기사다. 이 경우 독자들은 선동에 이끌려 군단의 지지기반이 커지는 결과를 낳는다.

두 번째는 특종감을 모두 수집하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데, 기사가 관심을 받지 못해 금세 잊힌다. 그리고 기자는 '다음에는 특종을 찾아내 인류 최고의 기자가 되겠다'라고 맹세한다. 왜 인베이더 기자가 인류 최고의 기자가 되려고 하냐고? 궁금한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별수 없다. 작중에서도 자세히 설명해 주지 않는다. 확실한 건 이 루트가 정사가 아니라는 점뿐이다.

▲ 베스: 너를 융통성 있게 뭉게버리겠다 (사진: 국민트리 촬영)
▲ '암흑 마법사 = 베스' 임이 밝혀져 커뮤니티에 큰 충격을 안긴 장면 (사진: 국민트리 촬영)

사정이 어쨌든 기사를 발행했을 경우 이야기는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기자는 동료 기자와 통화로 후일담을 나누고, 그의 갑작스러운 사과에 의아해하며 통화를 마친다. 그가 사과한 이유는 다음 순간 방문한 손님을 통해 밝혀진다. 베스가 그를 찾아온 것이다. 이때 베스와 암흑 마법사가 동일 인물임이 밝혀지며, 기자를 무사히 돌려보낸 건 군단의 지지 기반 확대나 반란 분자 색출이 목적임을 밝힌다. 즉, 기자는 처음부터 베스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셈이다.

독 안에 든 쥐 꼴이 된 인베이더 기자는 그대로 베스에게 토사구팽 당한다. 이용 가치가 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베스는 그를 세뇌해 레지스탕스를 공격하는 병력에 편입시키고, 총알받이로 전선에 내보낸다. 이때 세뇌당한 기자의 멍한 중얼거림 후 암전과 함께 떠오르는 메시지가 인상적이다. 세계 3대 디스토피아 소설 '1984'의 마지막 대사를 인용한 '우리들은 그분을 사랑했다'이다.

나 안죽었어! 배드 엔딩 아니야!

이 장면을 보고 많은 이가 배드 엔딩을 예상했지만, 정말 의외로 기자는 사지 멀쩡히 살아남아 월드 11에서 재등장한다. 본인이 설명하길 기사와 공주 덕분에 세뇌에서 벗어났다고는 했는데, 총알받이로 전선에 보내지고도 살아남은 걸 보면 명줄 하나는 질기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무사히 생존한 인베이더 기자는 이제 동족에게 돌아가지 않기로 한 듯싶다. 그는 부유성으로 향하는 기사와 미래 공주의 사진을 찍는 한편, 그들에게 '이 전쟁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겠다'라는 각오를 드러낸다. 여전히 인베이더 티를 못 벗어나 인류를 하등 종족, 모자란 종족이라고 부르지만 말이다.

결과적으로 팬덤에서는 기자의 생존 소식을 가볍지 않게 바라본다. 인베이더 사회에 침략 전쟁에 반발하는 세력들이 있음을 보여줬고, 기자 활동을 계속할수록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침 주적인 제13군단의 전 군단장 베스에게 개심 플래그가 선 만큼, 추후 대 인베이더 전선 스토리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기대는 덤이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과연 인베이더 기자가 술주정을 부리며 청소부로 일하고 있는 베스의 근황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녀에게 된통 당한 걸 생각하면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되진 않을까? '전 군단장 겸 신관이 리리스 타워의 청소부로 전락'이라는 화두에 길거리에서 병나발을 부는 사진을 첨부하면 인베이더 사회에서 한차례 화제가 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