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불러오기] 날개 꺾인 고룡 '몬스터 헌터 와일즈' 근황
안녕하세요. 스팀 게임의 근황을 살펴보는 '스팀 불러오기'입니다. 콘솔 유저라면 '몬스터 헌터 시리즈'를 해봤거나,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수렵 액션' 장르를 만든 대표작이죠. 캡콤의 주력 게임으로, 게이머들은 '몬헌'이라 줄여 부릅니다. PS2부터 시작해 PSP, iOS, Wii, 3DS 등 거의 모든 콘솔로 발매했죠. 그리고 2018년 출시한 첫 번째 PC 작품 '몬스터 헌터: 월드'가 대흥행을 거둔 바 있습니다.
이에 힘입어 2025년 2월, '몬스터 헌터 와일즈'가 PC, 콘솔에 동시 출시했습니다. 첫날 100만 명이 넘는 헌터들이 몰려들었고, 손을 풀겠다며 전작 몬스터 헌터: 월드에 사람이 다시 몰려 동접수가 증가하는 복귀 효과까지 나타났죠. 하지만, 근래 썩 좋은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출시 5개월차에 접어든 몬스터 헌터 와일즈의 근황을 국민트리가 살펴봤습니다.
138만 명이 몰려든 시작,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2년 전 더 게임 어워드 2023에서 캡콤이 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척박한 사막과 모래바람 가운데 새처럼 생긴 탈것을 타고 질주하는 한 인물의 모습이 나왔죠. 그런데 뭔가 눈에 익숙한 무기를 등에 메고 있었습니다. 이때 기존 유저들은 '아 몬헌 신작이구나'라는 확신을 가졌고, 이윽고 모래바람이 걷히며 몬스터 헌터 와일즈의 이름이 공개됐습니다. 당시 현장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고 하니, 유저들의 사랑이 더 크게 와닿네요. 몬스터 헌터: 월드 이후 약 5년 만에 공개된 PC 후속작이니 더 그랬을 겁니다.
이후 State of Play, Summer Game Fest, Gamescom에서 연이어 정보를 공개했고, 2차에 걸쳐 오픈 베타까지 열었습니다. 오픈 베타까지 즐긴 유저들은 '최적화만 잘하면 될 거 같다'라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작품을 옭아매는 갈고리가 될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죠. 아무튼, 최적화만 제외하면, 당시 기준 웰메이드 게임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이 기대감은 몬스터 헌터: 월드 이후 잠시 쉬고 있던 헌터들의 마음에 불을 질렀죠. 손을 풀겠다며, 몬스터 헌터: 월드에 유저들이 몰리는 현상까지 발생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25년 2월 28일, 몬스터 헌터 와일즈가 헌터들을 맞이했습니다. 첫날 무려 138만 4,608명의 헌터가 접속했죠. 스팀 역대 동접자 수 5위, AAA 풀 프라이스 패키지 게임 중 2위라는 대기록입니다. 이에 힘입어 출시 3일 만에 전 세계 800만 장 판매, 한 달 만에 1,000만 장 판매를 달성했죠. 하지만, 영원히 타오를 것 같았던 시작은 너무나 빠르게 식어버렸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최적화 문제가 치명적이었고, 편의성 및 UI, UX의 퇴보, 의미 없는 일부 추가 요소, 그리고 콘텐츠 부족이 문제였습니다.
최적화는 베타 때 보다 확실히 개선했지만, 여전히 좋지 못했습니다. 강제로 프레임이 잡히는 PS5를 포함한 콘솔은 그나마 나았으나 PC는 그야말로 엉망이었죠. 로딩되지 않는 텍스쳐로 인물과 몬스터들의 그래픽 파괴, 클라이언트 강제 종료, 프리징 현상 등 총체적 난국이었습니다. RTX 5080을 장착한 당대 최고 성능의 PC에서 같은 현상이 벌어지니,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없었죠. 이는 게이머들에게 중대한 사안인지라, 실망한 유저들이 급속도로 빠져나갔습니다. 출시 한 달 만에 동접자수는 22만 5,770명으로 떨어져 버렸고, 이후 쭉 하락세를 이어갔습니다.
잠시 반등한 1차 타이틀 업데이트
캡콤은 급격히 줄어든 헌터들의 마음을 다시 돌리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했습니다. 이에 3월 31일, 1,000만장 판매 감사 편지로 1차 타이틀 업데이트 정보를 공개했죠. 그리고 4일 뒤인 4월 4일 1차 타이틀 업데이트를 했습니다. 이전 작에서 자주 얼굴을 비췄던 '포호룡 타마미츠네'가 등장했고, 다른 유저와 만날 수 있는 '대집회소', 최종 보스 '조 시아'의 상위 난도 추가, '역전왕 레 다우'가 나왔죠.
신규 몬스터는 사실상 1마리, 나머진 기존 몬스터의 역전 개체와 상위 난이도 추가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혹한 헌터들이 많았습니다. 20만 명 대까지 떨어졌던 동접자 수가 4월 4일 55만 5,797명을 기록했거든요. 이렇게 반등을 기대했지만, 덧없는 일이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거든요.
시리즈의 메인 몬스터 종이라 할 수 있는 '고룡'이 여전히 없었고, 추가된 상위 난도 몬스터는 이전 작과 비교하면 너무 쉬웠습니다. 본래 역전 개체는 상당히 어려운 몬스터들로 쉽게 공략할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공략 트라이에 1시간은 우습게 흘러가는 몬스터들이죠. 그런데 몬스터 헌터 와일즈는 쉬워진 조작 난도와 한쪽으로 치우친 무기 밸런스로 인해 너무나 빠른 시간에 토벌이 완료됐습니다. 아울러 장비 제작에 필요한 핵심 재료 습득이 굉장히 쉬워져 장비 제작까지 빨라졌죠. 자연스럽게 콘텐츠 소모 속도는 개발사의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었고, 업데이트 첫날 이후 헌터들은 다시 게임에서 떠나갔습니다.
순옥살 후 이어진 2차 콘텐츠 업데이트
1차 콘텐츠 업데이트로 살아나는가 했던 몬스터 헌터 와일즈의 유저 감소세는 빨랐습니다. 1차 이전까지 20만 명이었던 동접자 수는 어느덧 10만 선까지 붕괴했고, 이후 5월 5일을 기점으로 9만 명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럼에도 헌터들은 계속해서 떠나갔고, 8만, 7만, 6만, 5만 선이 연달아 무너졌죠. 개발사는 밸런스 패치 등 후속 작업을 이어갔으나, 다시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5월 28일 자사 게임인 '스트리트 파이터 6'와의 컬래버레이션을 개최했습니다. 유명 캐릭터 '고우키'가 등장해 관련 복장과 기술을 얻을 수 있었죠. 그뿐만 아니라 굉장히 안 좋은 무기로 평가받던 해머, 수렵 피리, 건랜스, 라이트/헤비 보우건을 상향했습니다. 버그 및 편의성 관련 개선도 이뤄졌죠. 덕분에 오랜만에 9만 9,061명의 헌터가 접속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신규 몬스터는 없었고, 콘텐츠는 적었습니다. 기존 주인 몬스터 및 고어 마가라의 8성 퀘스트만 추가했죠. 이에 유저들은 다시 등을 돌려 사라졌습니다. 이후 동접자 수는 6월 26일 5,643명까지 대폭락했습니다. 첫날 138만 명과 비교하면 약 99%가 증발해 버린 셈이죠.
그러던 중 6월 30일, 예고된 2차 콘텐츠 업데이트를 적용했습니다. 완전 신규는 아니지만, 과거 시리즈에 등장했던 라기아크루스와 셀레기오스가 참전했고, 해머의 추가 상향이 이뤄졌죠. 타마미츠네 이후 2개월 만에 신규 몬스터가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너무 많은 헌터들의 마음이 떠났는지, 1차 콘텐츠 업데이트 때와 같은 극적인 성장세를 선보이지 못했습니다. 당일 13만 3,033명이 접속, 전성기 10분의 1에 지나지 않았죠. 이 또한 이어지지 못한 채 다음날 10만 선이 다시 붕괴하며, 4만 명대까지 감소했습니다. 불과 일주일 전 5,643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나큰 발전이나, 역시 전성기가 너무 찬란했기에 아쉽네요.
이젠 정말 3차 업데이트뿐이다
몬스터 헌터 와일즈는 아무래도 기대가 너무 큰 나머지 실망까지 컸던 타이틀로 다가왔습니다. 분명 전작에서 발전한 게 많고, 새로운 액션과 진입 장벽까지 낮춰 신규 헌터들의 유입에 도움을 줬죠. 하지만, 끝나지 않는 최적화 문제와 콘텐츠 부족으로 스팀 유저 평가는 최악인 '압도적으로 부정적'까지 도달했습니다. 스팀에서 관련 평가를 받기 얼마나 어려운지 생각하면, 그만큼 실망감이 크다는 게 와닿네요.
물론, 몬스터 헌터 와일즈 개발팀이 두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닙니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노력 중이고, 실제로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아울러 3차 타이틀 업데이트가 9월에 있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개선 의지가 이어지는 몬스터 헌터 와일즈의 행보를 앞으로 기대해 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