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전승까지? 뱀파이어에 진심인 '뱀피르' 속 설정·용어들

넷마블의 신작 MMORPG '뱀피르'는 뱀파이어들의 RPG를 표방했다. 이 뱀파이어는 각종 매체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흡혈귀, 드라큘라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며, 공포의 아이콘으로 묘사된다. 이는 전승되어 온 이미지 때문이다. 사람의 피를 빨아 영생을 얻고, 최면술 등으로 희롱하는 전승이 지금도 이어진다.

자연스럽게 벰파이어는 괴물이나 끔찍한 무언가로 평가되곤 하는데, 뱀피르는 이런 이미지를 잘 살렸고, 나아가 또 다른 뱀파이어 세계관을 만들기도 했다. 지금까지 공개한 정보에서 흔히 아는 설정과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설정까지 사용한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뱀피르가 얼마나 뱀파이어에 진심인지 국민트리가 고증 및 용어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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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피르가 시도한 뱀파이어 해석

왜 뱀파이어가 아니라 뱀피르인가?

▲ 시네마틱에서 박쥐로 변하는 모습을 선보인 뱀피르 (사진출처: 뱀피르 공식 유튜브)

먼저 게임 이름이 뱀피르인 이유부터 알아보자. 'vampir'는 루마니아어에서 시작된 단어다. '피를 마시는 자'라는 뜻으로 사용됐다고 전해진다. 전설로만 끝날 줄 알았지만, 1725~1732년 사이 유럽에서 벌어진 '흡혈귀 사건'을 통해서 전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이때 우리가 아는 '뱀파이어'로 이름이 정착했다.

뱀파이어로 정착 된 후 매우 유명한 캐릭터를 얻게 된다. 바로 1897년 브램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의 주인공 드라큘라 백작이다. 지금의 흡혈귀 이미지를 각인한 전무후무한 캐릭터다. 창백한 피부와 송곳니, 검은색 망토와 연미복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사실상 귀족 이미지가 들어간 흡혈귀의 아버지라 할 수 있다.

사실 귀족 흡혈귀 설정은 드라큘라 이전에 나온 1819년 존 윌리엄 폴리도리의 '더 뱀파이어'가 처음이긴 하다. 하지만, 단편이란 점과 인지도 때문인지 후대에 뒤늦게 알려진 작품이다. 작중 등장하는 뱀파이어 루스벤 경은 드라큘라와 마찬가지로 백작이라 불리며, 수많은 여성들을 홀리고, 피를 빠는 존재로 나온다.

▲ 태양에 약한 설정은 고전 영화 노스페라투에서 제대로 정립됐다 (사진출처: 유튜브 노스페라투 영상 촬영)

물론, 모든 뱀파이어가 드라큘라 백작처럼 잘생긴 이미지만 있는 건 아니다. 대표적으로 1922년 영화 '노스페라투'에 나온 올록 백작을 꼽을 수 있다. 대머리에 뾰족한 귀, 창백한 피부, 굽은 등 그야말로 괴물의 모습이다. 아울러 작중 올록 백작의 최후가 햇빛에 재가 되어 사라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를 토대로 뱀파이어는 태양에 약하다는 설정이 만들어졌다.

이후 20세기에 들어 뱀파이어를 기반으로 유명 캐릭터들이 여럿 등장했다. 특히 서브컬쳐가 독보적이다. 만화 '헬싱'에 나오는 아카드, '월희 시리즈' 주인공 알퀘이드, '악마성 시리즈'의 드라큘라, '길티기어 시리즈'의 슬레이어 경 등이 있다. 열 손가락으로 모두 셀 수 없을 만큼 뱀파이어 기반의 파생형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미형뿐만 아니라 괴물로서의 뱀파이어들도 만들어졌는데, 대부분 서양권에서 이런 종류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워해머 판타지'의 종족 뱀파이어 카운트가 좋은 예시다. 피를 빨아먹는 괴물의 모습과 귀족으로서의 모습이 혼재된 양면성을 모두 보여준다. 

▲ 뱀피르는 아름다운 외모와 창백한 피부로 흡혈귀의 기본 설정을 따랐다 (사진출처: 뱀피르 공식 유튜브)

▲ 등장하는 뱀파이어 캐릭터들은 기본이 미형의 외모다 (사진출처: 뱀피르 공식 홈페이지)

뱀피르는 이렇게 정립된 뱀파이어의 설정을 충실하게 따랐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징과 등장 인물 디자인을 토대로 알 수 있다. 캐릭터 생성 시 기본 설정은 아름다운 외모, 창백한 피부다. 자세히 보면, 인간이 아님을 상징하는 뾰족한 귀도 지녔다. 전술한 설정에 더해 귀족같은 우아한 분위기가 같이 느껴진다.

추가로 뱀피르의 뱀파이어는 독자적인 설정으로 햇빛을 막아낸다. 바로 '피의 관문'이다. 뱀파이어들이 만든 특수 결계로, 대낮에도 돌아다닐 수 있게 해준다. 게임적인 허용으로 볼 수 있지만, 개발진의 고민이 보이는 설정이다. 고전 뱀파이어의 설정을 그대로 따르면, 대부분 밤이나 어두운 구간만 이어진다. 시종일관 어두침침한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유저가 스트레스를 느끼기 마련이다. 피의 관문은 이를 해소하는 역할도 겸한다. 밝은 배경에서도 돌아다닐 수 있는 핍진성을 제시했다.

직업에 녹아든 뱀파이어 설정

▲ 뱀피르의 4대 직업은 뱀파이어 설정이 잘 녹아들었다 (사진제공: 넷마블)

기존 매체에서 뱀파이어가 다루는 힘과 능력은 클리셰로 정립된지 오래다. 박쥐로 변신해 이동하고, 적에게 최면을 걸거나, 흡혈을 통해 단기적으로 신체를 강화하는 등이다. 이젠 뱀파이어 클리셰로 자리잡았고, 여기서 어떤 기발한 설정을 하느냐에 따라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 그 중엔 약점으로 알려진 십자가, 마늘, 태양이 통하지 않는 힙한 뱀파이어들이 나올 정도다.

뱀피르는 지금까지 총망라된 뱀파이어 관련 설정을 직업에 잘 녹여냈다. 먼저 바이퍼는 앞서 소개한 노스페라투의 올록 백작의 설정에서 착안한 것으로 추측된다. 바이퍼는 독과 저주를 다룬다는 설정이며, 올록 백작이 배로 전염병이 걸린 쥐떼를 옮긴 전적이 있다. 이어 소개할 그림리퍼와 같이 흑마술에 근거한 해석으로도 풀이된다. 아울러 소환체를 부리는 스킬이 있는데, 이는 뱀파이어의 유명한 전승인 '사역마'를 사용한 것 같다. 시연회에서 확인한 소환체는 비록 박쥐 같은 동물 형태는 아니었지만, 인간 형태의 사역마를 부렸다.

그림리퍼는 거대한 낫을 사용하는 모습으로 서양권의 '사신'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스킬 이펙트에 등장하는 악마를 보면, 과거 단순 괴물이 아닌 악마의 한 종류로도 취급한 전승이 들어간 것 같다. 십자가, 성수에 약하다는 설정도 악마라서 그렇다는 속설이 있었다. 그 전승을 바탕으로 직접 악마를 부리는 모습을 넣으니, 사신에 악마까지 섞인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비춰진다.

▲ 블러드스테인은 괴물 뱀파이어의 습성이 비쳐진다 (영상출처: 뱀피르 공식 유튜브)

근접 직업 블러드스테인은 괴물로서의 뱀파이어 설정이 보였다. 뱀파이어 전승의 시작은 피를 빨아먹는 괴물이다. 생김새와 이름은 다르지만, 유럽뿐만 아니라 동양, 아메리카 대륙에도 널리 퍼진 이야기다. 그저 피를 먹기 위해 사람들을 덮치는 짐승으로 봐도 된다. 핏자국이란 뜻에 걸맞게 피로 칼을 벼려낸다는 설정을 가졌다. 아울러 직업 소개 영상에서 마치 짐승처럼 적에게 쇄도해 덮치고, 피를 빨아들이는 연출이 나온다. 화룡점정으로 그 피를 자신의 얼굴에 묻히는 모습까지 나오는데, 기사라기보다 광전사에 가까운 모습이다.

총을 사용하는 카니지는 뱀파이어보다 뱀파이어 헌터의 설정을 채용한 듯싶다. 현대의 뱀파이어 혹은 뱀파이어 헌터들은 총을 무기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레퍼런스를 따른 듯싶다. 축성된 총알이나 은총알을 사용하던 헌터와 다르게 카니지는 축복받은 피의 기운을 사용한다. 사용하는 무기는 2자루의 권총과 라이플 1정이다. 먼저 소개한 직업 가운데 뱀파이어의 색이 가장 옅지만, 관련 설정을 넣고자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유명, 마이너 가리지 않고 설정을 잘 녹여낸 뱀피르

뱀파이어 패밀리 혈족

▲ 게임이 아니라 법률 용어로도 쓰이는 혈족 (사진출처: 한국민속대백과사전 공식 홈페이지)

뱀피르는 이름부터 캐릭터까지 뱀파이어 설정을 충실히 활용하고 있다. 이는 캐릭터와 직업을 넘어 세계관도 마찬가지다. 여기엔 유명한 것부터 마이너한 설정까지 혼재되어 있다. 뱀파이어에 익숙한 사람조차 고개를 갸우뚱할 만큼 오래된 고증도 반영했기 때문이다.

먼저 유명한 것부터 뜯어보자. 바로 '혈족'이다. 혈족은 국내에서도 익숙한 말이다. 피로 이어진 무리, 씨족, 집단을 아우르는 표현으로 자주 쓰인다. 어느 정도냐면, 한국민속대백과사전과 민법 조항에 적혀있을 정도다. 의외로 판타지 설정에서만 사용되는 말이 아니었던 셈이다.

뱀파이어의 혈족 또한 비슷한 개념이다. 마니아 사이에서 뱀파이어만의 혈족 설정은 소설 드라큘라에서 나온 혈통 개념이 시작이라는 주장이 있다. 혈족이라는 표현은 직접 나오지는 않지만, '피를 나눈 계보'나 '흡혈귀로서의 가계, 혈통' 개념이 처음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1991년 나온 TRPG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에서 뱀파이어 혈족 관련 개념이 체계화된다. 물론, 클랜, 혈족으로 나뉘지만,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가문을 뜻하는 용어로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이는 지금까지 이어져 각종 서브컬처에서 'OO 혈족'이라는 식으로 쓰이고 있다.

콩가루 내전 중인 카인의 혈족 vs 릴라이의 혈족

▲ 카인, 릴라이의 혈족으로 구분되는 뱀피르 속 뱀파이어들 (사진출처: 뱀피르 공식 홈페이지)

뱀파이어가 주인공인 뱀피르에도 당연히 혈족이 등장한다. 현재 공식 홈페이지와 영상에서 공개된 혈족은 크게 둘 이다. 바로 '카인의 혈족'과 '릴라이의 혈족'이다. 설정상 첫 뱀파이어인 카인의 직계와 그가 만든 최초의 뱀파이어이자 선지자인 릴라이의 후손들이다.

뱀피르 세계관 카인의 이야기는 혈족과 마찬가지로, 기존 작품 설정에서 정립된 내용이다. 앞서 소개한 TRPG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의 세계관인 '월드 오브 다크니스' 설정이다. 여기서의 카인은 본래 살던 땅에서 쫓겨난 후, 빛에 약해지고 피만 먹을 수 있게 되는 등 전형적인 뱀파이어의 특성을 얻게 된다.

이후 카인은 악마의 힘을 지닌 릴리스를 만나고, 그녀를 통해 뱀파이어의 마법적 능력을 갖추게 된다.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는 긴 역사를 가진 작품으로, 팬층도 매우 두텁다. 이로 인해 팬들 사이에서는 이 설정이 정설처럼 여겨졌고, 결과적으로 '카인은 뱀파이어의 아버지'라는 해석이 정착하게 되었다. 이러한 설정은 이후 다른 뱀파이어 작품에도 영향을 주었고, 카인이 뱀파이어의 시조로 언급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뱀피르도 이 설정의 일부를 따온 것으로 풀이된다.

▲ 뱀파이어의 시조 카인이 탄생한 과정 (사진출처: 뱀피르 공식 홈페이지)

카인은 이윽고 ‘릴라이’라는 강인한 여성을 만나게 되고, 자신을 보좌할 심복으로 만든다. 이후 시간이 흘러 릴라이는 자신을 따르는 혈족을 꾸리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불완전한 피의 속박으로 광기에 빠진 릴라이는 카인의 아내 돌링엔을 살해하고 도망친다. 이렇게 릴라이의 혈족은 카인의 혈족과 갈라지게 된다.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이렇게 벌어진 혈족 간 내전이 우리가 만날 뱀피르 속 이야기의 무대다. 세부 내용은 다른 시간에 풀어보도록 하겠다.

아울러 뱀피르는 직업 시조격 선지자들의 과거를 다루는 별도의 시나리오를 준비했다. '블러드라인'이라는 이름으로, 직역하면 역시 혈족을 의미한다. 플레이어가 아닌 작중 네임드 선지자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직업을 혈족 개념으로도 해석할 수 있으니,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뱀피르는 캐릭터 생성 시 직업을 먼저 고르고 시작한다. 이 또한 관련 설정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것으로 보인다.

혼혈이 아닌 담피르라 불리는 존재들

▲ 자신의 태생을 고뇌하는 밀라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사진출처: 뱀피르 공식 홈페이지)

여러 종족이 혼재된 세계관에는 혼혈이 반드시 언급된다. 주로 양쪽의 장점을 지녀 매우 강력한 존재로 묘사된다. 그래서 전쟁의 도구로 이용되거나, 배척받는 경우가 많다. 뱀파이어와 인간의 싸움이 이어지는 뱀피르에서도 혼혈이 등장한다.

뱀피르 공식 홈페이지의 캐릭터, 세계관 설명에 '담피르'라는 단어가 언급된다. 생소한 단어라 뱀피르만의 설정 혹은 고유 명사로 생각할 수 있으나, 이 단어 역시 앞서 소개한 뱀피르처럼 오래된 전승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뱀파이어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을 뜻한다. 참고로 앞서 소개한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와 '던전 앤 드래곤'에서도 담피르가 나온다.

이들은 발칸 반도 집시 전설에 자주 출현한다. 주로 아버지가 뱀파이어, 어머니가 인간인 케이스가 많았고, 가끔 아버지가 인간, 어머니가 뱀파이어인 사례도 있다고 한다. 생김새는 인간과 다를 바 없지만, 초인적인 신체 능력을 지녔다. 전설에 따르면, 뱀파이어를 탐지하는 능력이 있어 '뱀파이어 헌터'로 활약한 내용이 전해진다. 이런 담피르의 설정을 답습해 만들어진 유명 캐릭터들도 있다. '마블 코믹스'의 블레이드, ‘악마 시리즈’의 알루카드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 인간이 뱀파이어를 이용해 실험체를 만들었다는 설정이 있다 (사진출처: 뱀피르 공식 유튜브)

참고로 뱀피르 속 메인 빌런으로 추측되는 '아드리아 교단'에 소속된 뱀파이어 헌터 '밀라'의 이야기를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계관 설명엔 담피르는 뱀파이어 규율 상 처형해야 하는 존재로 인식된다. 밀라는 이런 상황 속에서 살아남은 담피르 중 하나로 추정된다. 또한, 카인과 인간 아내 사이에서 태어난 '넬'이라는 캐릭터가 언급되는데, 교단은 넬을 손에 넣어 뱀파이어 헌터를 만들었다고 한다. 따라서 밀라 외에도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뱀파이어 헌터들이 중간 보스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