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플리퍼] 스토리보드 – 갈라진 두 사람이 밤 하늘 아래 다시 만날 때까지

이번 주 '월드 플리퍼' 스토리보드는 광채의 마천루 2부작의 후편을 소개할 예정이다. 지난 시간에는 기업이 시민들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 쿼리아 시티의 내막과 스토리를 다뤘다. 주연인 바렛타와 라브의 사정은 잠시 미루었는데, 이번 시간에 준비했다. 미리 언급하면, 두 소녀의 내면 묘사는 광채의 마천루 후반부와 에필로그인 개인 스토리에 몰려있다. 인게임 스토리와 스토리보드를 감상할 때, 이를 주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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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키 퍼슨

▲ 기본적으로 로맨티스트지만, 리얼리스트 면모도 있다 (사진: 국민트리 제작)

지난 시간에 이어 바렛타와 라브가 키 퍼슨을 맡았다. 두 캐릭터는 쿼리아 시티의 세계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인물들이고, 광채의 마천루 시작과 끝을 장식했다. 기본적으로 바렛타는 꿈을 쫓는 로맨티스트다. 쿼리아 시티의 억압의 상징인 돔 천장을 벗어나 진짜 하늘을 보는 것이 꿈이다. 작중에서는 더 나아가 '라브에게 진짜 하늘을 보여주겠다'로 발전했고, 그 일념 하나로 혈투를 벌이는 것이 광채의 마천루 후반부 스토리다.

로맨티스트인 점과 별개로 현실에 빠르게 순응하는 의외의 면모도 있다. 아르크 일행과 첫 조우 시 '이세계에서 왔다'라는 말을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 그리고 사회의 룰에 반하는 꿈을 지니고 있어도, 현실의 체재에 거슬르는 일은 거의 하지 않는다. 과거 타인을 구하기 위해 인턴으로 있던 슈터 팀에 맞선 것과 월드 플리퍼 탐색을 위해 DAN에 잠입한 정도다. 만약 아르크 일행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하늘을 볼 생각이었는지 궁금하다.

▲ 마천루의 후반부 스토리는 사실상 이 친구의 심리 치료 이야기 (사진: 국민트리 제작)

반대로 라브는 쿼리아 시티의 지배 계급을 대표하는 캐릭터다. 대기업 DAN의 사장이면서, 턱짓으로 컨덕터를 비롯한 온갖 병력과 기계 장치를 부린다. 바렛타가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총알 값과 기타 예산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그녀는 초거대 기계에 올라타 각종 옵션을 붙여가며 싸운다. 게다가 파츠가 망가지면 빠르게 새것으로 교체하는 걸 보면 재력 차가 실감이 날 것이다.

황금만능주의인 쿼리아 시티의 지배층이라 세상 편하게 사는 것 같지만, 내면은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로 배배 꼬여있다. 광채의 마천루 후반부 시점에서 참고 있던 스트레스가 결국 폭발했으며,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나서 물리와 심리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스토리의 클라이맥스다. 이렇게 보면 만악의 근원 같지만, 오해하지는 말자. 라브에게도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

절묘한 설계의 소울 메이트

비슷하면서 대척점에 선 친구

▲ 꼼꼼하게 살펴볼수록 상반된 점이 드러나는 듀오 (사진출처: 해외 서버 공식 일러스트)

바렛타와 라브 듀오의 특징은 얼핏 비슷해 보이면서도 대척점에 선 절묘한 설계다. 광과 암으로 서로의 상성을 찌르는 건 물론, 쿼리아 시티의 지배층과 하층민, 인체 개조를 거친 어도어와 순수한 인간 네추어, 현장직과 사무직 등 대조되는 점이 많다.

가장 큰 차이는 성장 환경에 의한 성격과 행동 원리다. 광채의 마천루에서 벌어진 혈투는 사실상 이에 기인한다. 바렛타는 하층민이지만, 자신이 직접 모든 일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주체적인 삶을 살았다. 덕분에 온갖 상식 밖의 상황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어려운 형편에도 타인을 돌보거나 꿈을 꾸는 심적 여유가 있다.

반면, 라브는 출생부터 성장까지 남이 깔아놓은 레일을 그대로 따르는 인생을 살았다. 인체 개조까지 하며 힘을 얻은 바렛타와 달리 선천적으로 기업을 완벽하게 운영할 능력을 갖춘 것도 차이점이다. 이로 인해 라브는 마음에 여유가 없으며, 현실과 주변 상황에 갇힌 듯한 태도를 보인다. 주어진 환경에서 벗어나는 걸 극도로 꺼리며 배척하는 건 덤이다.

이로 인해 스토리 중 묘사는 '오지랖 넓은 바렛타와 현실을 보라고 충고하는 라브' 구도로 흐른다. 이는 두 사람이 갈라선 중반부 이후 폭발해 현실을 이유로 타인을 배척하는 라브, 그녀에게 꿈을 보여주려는 바렛타의 구도로 변한다.

속 사정이 복잡한데 왜 말을 안 하니!

▲ 사무적인 성격 같지만, 은연 중 라브를 걱정하는 본심을 드러내는 컨덕터 (사진: 국민트리 촬영)

복잡한 속사정도 갈등의 원인 중 하나지만, 이를 속으로 담아두기만 한 것도 한 몫했다. 풍선에 물을 꾸역꾸역 눌러 담다 보면 어떻게 될까? 결국 수용량에 한계를 맞아 터지기 마련이다. 실제로 라브는 참다 참다 터져버렸다.

라브의 속내와 폭발 원인은 광채의 마천루 후반부에서 자세하게 밝혀진다. 말이 좋아 대기업의 사장이지, 사실은 그룹의 더 높은 선에서 기업 운영을 위해 만들어진 초인이자 '완벽한 운영과 관리'라는 명령에 묶인 꼭두각시 신세다. 작중 묘사에 따르면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던 모양이다. 최종 결전 직전에 부하인 컨덕터도 '이제 다 내려놓고 원하는 인생을 사는 건 어떠냐?'라며 넌지시 제안할 정도다.

바렛타의 주된 고민은 생활고와 라브다. 라브와 처음 만났을 때도 취직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아르크 일행을 위해 선뜻 식비를 내주기도 하지만, 총알 값 외에도 일거수일투족에 모두 돈이 필요한 처지다. 과거 회상 장면에 의하면 돌봐야 할 부모님이 있다. 또한, 라브가 자신을 동경하는 걸 알고 있어 필사적으로 노력 중인데, 아르크 일행 정도로 신뢰하는 이가 아니면 털어놓지 않는다. 속내를 감추려는 성격은 정말 쏙 빼닮은 것 같다.

▲ 알게 모르게 두 사람을 지지해 준 조력자 컨덕터와 킹 존슨 (사진: 국민트리 촬영)

힘을 보태주는 동료들의 스타일이 비슷한 점도 흥미롭다. 바렛타를 돕는 아르크 일행과 킹 존슨, 라브의 보좌관 컨덕터 모두 그녀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 사람 좋은 아르크 일행은 말할 것도 없고, 윗선에서 부하로 보낸 컨덕터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을 뿐 진심으로 라브를 걱정하고 있다. 각박한 삶이지만, 이 정도면 동료 복 하나는 타고난 것 아닐까?

바렛타 & 라브 듀오의 갈등 원인

뒷골목에서 이루어진 Girl meet Girl

▲ 모든 인연이 시작된 운명의 밤 (사진: 국민트리 촬영)

곰곰이 생각해 보면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나 팀을 결성한 건지 궁금해진다. 라브가 정체를 숨겼다고는 하나 그녀는 본거지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처지라 접점이 없어서다. 이는 바렛타의 개인 스토리에서 밝혀진다. 인턴 슈터 시절 바렛타가 민간인을 해치려는 선배에게 맞섰고, 이로 인해 '힘들게 인턴이 되었는데 망했다'라며 좌절하고 있을 때다. 이때 라브가 드론 같은 것을 보내 접촉한 후 2인조 슈터 팀을 제안한다.

바렛타는 당시를 '지금 생각하면 충분히 수상했다'라고 회상한다. 연고가 없는 소녀를 상류층으로 추정되는 기업 학교 기숙사에서 살게 해주었는데, 일개 해커가 어떻게 양육비를 지불한단 말인가? 하지만, 바렛타는 이 기회를 발판 삼아 히어로가 되겠다는 마음에 들떠있어 눈치채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 제발 대화 좀 하고 살자

개인 스토리에서 밝혀진 두 사람의 속내가 하나 더 있다. 서로에게 품고 있는 감정이다. 먼저 라브가 바렛타에게 느끼는 감정은 '동경'이다. 그녀에게 바렛타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인물이며, 몸이 튼튼하고 성격은 털털한 데다가 여유가 넘친다. 게다가 침착하고 어른스러워 믿음직스럽다.

결정적으로 꿈을 좇는 모습은 라브에게 열등감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본편 후반부에서는 꿈을 꾸지 못하는 현실과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그녀를 필사적으로 거부하려고 했다. 이에 바렛타는 라브도 꿈을 꿀 수 있다며 설득했고, 컨덕터도 최종 결전 직전 '이렇게 하면 당신도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 꿈을 꾸는 삶을 살 수 있다'라고 조언한다. 물론, 비관적인 성격 탓에 이런 생각을 속으로 담아두고 끙끙대다가 폭발해버렸지만 말이다.

▲ 개조하지 않은 곳을 찾는 게 더 힘들 지경 (사진: 국민트리 제작)

바렛타는 털털하고 여유로워 보이지만, 사실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그녀는 라브가 자신을 동경하고 있음을 눈치채고 있었다. 문제는 앞서 언급했듯 라브는 대기업이 작정하고 만든 초인이다. 어마어마한 능력과 재능을 가진 건 당연하다. 하층민 출신 바렛타에게는 어마어마한 부담이 됐을 것이다.

그래서 바렛타는 그녀가 동경하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추월당하지 않도록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몇 번이고 사선을 넘나들며 몸을 개조한 건 돈벌이 목적도 있으나, 라브의 히어로가 되기 위함도 있다. 실제로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엄청나게 힘들었고 후회도 했다며 회고한다. 새삼스럽지만 이 중요한 이야기를 왜 서로에게 터놓지 않는 걸까? 제발 친구끼리 대화 좀 하고 살아라!

쿼리아 시티 천장 붕괴 사건 이후 근황은?

▲ 오프닝과 수미상관을 이룬 명 엔딩 (사진: 국민트리 촬영)

다행히 두 사람의 갈등은 DAN사 최종 결전으로 매듭을 지었다. 바렛타는 돔 천장과 함께 라브의 마음을 가둔 우리를 박살 냈고, 두 사람은 다시 친구이자 파트너로 돌아온다. 그리고 함께 마천루에서 도시로 뛰어드는, 오프닝과 수미상관을 이루는 연출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그럼 아르크 일행이 떠난 후 두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부터 알아보자.

라브: 나는 매력적인 레이디가 될 거예요

▲ 라브의 성장기를 다룬 개인 스토리, 챕터 명 선정이 탁월하다는 평이다 (사진: 국민트리 촬영)

정황상 엔딩 이후 장면은 라브의 개인 스토리 1편으로 이어지는 듯싶다. 바렛타가 자주 가던 식당에서 혀가 녹을 듯이 꽁냥거리는 모습을 보여준 후, 라브의 독백이 등장한다. 사실 바렛타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고, 그녀의 구원에 보답하기 위해 성장을 다짐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목표는 바렛타가 손을 내밀고 싶어지는 매력적인 레이디다. 이를 위해 별을 보는 마을을 중심으로 이세계 무역 네트워크를 꾸리기로 한다. 자신이 세계를 보다 더 좋게 만드는 것이 바렛타가 기뻐할 일이라는 판단이다. 현실주의자답게 굉장히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목표다.

대기업 사장님답게 거래처 확보도 확실하다. 특별 상점을 관리하는 어용상인 마 를르샤와 빠르게 안면을 트고, 교역품 회의와 신상품 개발에 착수한다. 심지어 둘은 죽이 잘 맞는 듯싶다. 라브는 쿼리아 시티의 기술을 활용해 '음식의 맛을 조절할 수 있는 포크'를 개발했다. 그리고 를르샤는 현지인이 신기술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사전 교섭을 맡는다. 척하면 척 서로의 계획을 눈치채고 다음 행동에 착수하는 걸 보면 조금 무섭다.

▲ 라브의 성장을 암시하는 요소 '걷기에 익숙해지기' (사진: 국민트리 촬영)

이후 그녀의 주된 활동 무대는 팔페브라로 옮겨진다. 시로를 호위무사 삼아 함께 활동하며 인연을 쌓아가는 한편, 자연물이 넘치는 이세계의 문화를 만끽한다. 이때 눈여겨볼 건 예전보다 확연히 긍정적이고 활기차게 변한 모습이다. 기업의 꼭두각시 사장에서 벗어나 부담감과 책임감을 내려놓은 덕분이다.

상징적인 연출도 있다. 라브는 오랜 시간 의자와 캡슐에 의지해 몸이 매우 약하다. 다리에 힘이 없어 걷는 것도 힘들다. 그래서 의자나 시로의 목마를 타고 이동한다. 하지만, 별을 보는 마을에서 아르크 일행과 함께 걷는 연습을 하며 조금씩 다리에 힘을 키워간다. 마치 어린아이가 걸음마 연습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라브가 어엿한 성인이 되는 모습을 다루는 셈인데, 마침 해외 서버에서는 올해 할로윈에 새 버전 라브가 등장했다고 한다. 리더 특성은 '미숙해도 한 걸음씩'으로, 그녀의 성장을 암시한다. 다음에 다시 만났을 때 얼마나 성장했을지 기대가 된다.

바렛타: 영화 배우요? 제가요?

마침내 개인의 행복을 찾은 라브와 달리, 바렛타는 전보다 위험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최종 결전에서 기업의 권력을 상징하는 돔 천장을 박살 냈기 때문에 현상수배자가 돼 슈터들에게 쫓기는 신세다. 라브가 활동 무대를 별을 보는 마을로 옮겨 혼자가 됐고, 그녀와는 편지로 근황을 주고받고 있다.

하지만, 진짜 고민거리는 따로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바렛타는 라브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안 그래도 똑똑한 라브가 성장해서 돌아오겠다고 했으니, 부담이 되는 건 당연지사다.

바렛타의 성장은 내면을 돌아보고 생각 정리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먼저 추적을 피해 별을 보는 마을로 넘어오면서, 그토록 보고 싶었던 푸른 하늘을 감상한다. 이어 바다 여행을 가거나 쿼리아 시티에서 맛보지 못한 천연식을 즐기며 스스로를 힐링한다. 추가로 아르크 일행에게 라브를 처음 만났을 때와 과거 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털어놓는데, 마음을 털어놓은 덕분인지 전보다 조금은 더 후련해 보인다.

▲ 바렛타: 돌겠네 진짜! (사진: 국민트리 제작)

추가로 과거의 인연이 의외의 성장 기회로 돌아온다. 총알을 사러 쿼리아 시티로 돌아갔는데, 난데없이 인기인이 돼 팬들에게 쫓기게 된 것이다. 사태의 원인은 이전에 도움을 받은 킹 존슨이다. 바렛타와 라브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대박을 친 것이다. 정황상 우리가 감상한 '광채의 마천루'가 극중극이 된듯하며, 극장판 제작도 고려 중이란다. 과연 디스토피아, 초상권 같은 건 없는 모양이다.

여기에는 사정이 있다. 사실 본편에서 소동이 일어날 때 '영화 촬영이라고 우기면 시민들도 납득할 것이다'라는 대사가 복선이었다. 그리고 바렛타가 부숴버린 돔 천장의 수리 비용을 킹 존슨이 대신 냈고, 승자에게는 적합한 보상인 부와 명성이 필요하다며 나름 그녀의 명예를 지켜준 것이다.

더불어 킹 존슨과 재회한 것으로 바렛타의 본심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킹 존슨은 그녀에게 영화배우가 돼 전 세계의 히어로가 될 것을 제안하지만, 바렛타는 '자신은 라브의 히어로'라며 선을 긋는다. 그리고 라이트와 대화하면서 그녀가 추구한 이상이 다시 언급된다. '친구와 별이 뜬 하늘을 바라볼 권리' 그것이 바렛타가 바란 목표다. 지금은 두 소녀가 각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언젠가 다시 만나 함께 웃을 날이 돌아오기를 기다려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