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보드] 졸업을 못 해 슬픈, 킹오파 AFK '쿠사나기 쿄'
'킹 오브 파이터 AFK(이하 킹오파 AFK)'에 등장한 파이터의 이야기를 풀어보는 스토리보드 시간이다. 게임 속 파이터를 선정해 그들의 배경 스토리와 성능, 고증을 비교 및 분석하는 코너다. 첫 번째 스토리보드로 다뤄볼 파이터로는 시리즈의 얼굴마담 '쿠사나기 쿄'를 선정했다. 시리즈 첫 타이틀인 KOF '94부터 KOF '97까지 메인 시나리오 주인공으로 활약했고, KOF '99부턴 다른 파이터에게 주인공 자리를 물려준 상태다. 그럼에도 여전히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 하면 떠오르는 대표 파이터다. 그런 쿄는 어떤 사연을 지녔고, 킹오파 AFK에는 어떻게 구현됐는지 본문을 통해 확인하자.
KOF 시리즈 초대 주인공
천재 격투가의 첫 KOF 참가기
쿠사나기 쿄는 일본의 삼신기 중 하나인 '쿠사나기의 검'의 힘을 지닌 쿠사나기 가문 일원이다. 우리가 쿄하면 생각나는 불꽃은 신기의 힘에서 나온다. KOF '95까지의 설정에선 직접 불을 뿜는 게 아니라 마찰을 이용해 불을 일으켰다고 한다. 쿄가 항상 착용하고 다니는 장갑은 발염성 섬유로 만들었고, 노란 부분이 부싯돌 역할이라는 듯하다.
쿄는 어릴 때부터 격투 분야에서 천재성을 드러낸 전형적인 스타일의 주인공이다. 불과 15살 때 자유 대련에서 아버지 쿠사나기 사이슈를 꺾었는데, 무술 집안 당주에게 승리했다는 의미다. 주위 시선이 달라지는 건 당연한 순서다. 쿄는 계속해서 탄탄대로를 밟으며 18살에 전일본 이종격투기 선수권 챔피언 1위를 거머쥔다. 그로부터 1년 후 한 대회의 초대장이 쿄에게 배달되는데, 바로 킹 오브 파이터즈였다.
초대장을 받은 쿄는 이종격투기 대회 2위 니카이도 베니마루, 3위 다이몬 고로와 팀을 맺어 '일본팀'으로 참가한다. 그런데 이 대회의 주최자 루갈 번스타인에게는 이상한 취미가 있었다. 바로 자신이 쓰러트린 격투가를 금속 동상으로 만드는 끔찍한 행위다. 그렇게 결승에 올라온 쿄가 발견한 건 루갈에게 패배한 자신의 아버지 쿠사나기 사이슈였다. 루갈에게 먼저 도전했다가 피투성이가 된 아버지를 발견한 쿄는 엄청나게 분노하며, 루갈을 쓰러트렸다. 당시 루갈은 악당의 전매특허 자폭까지 시도했지만, 일본팀은 무사히 자리를 빠져나오며 KOF '94가 막을 내린다.
이렇게 KOF에 발을 들인 쿄는 어쩌다 보니 세상의 운명을 건 싸움에 휘말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 가지 큰 문제에 봉착하는데, 바로 학업 문제다. KOF '94 기준 이미 19살에 1년을 유급한 고등학교 3학년이란 설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KOF에 연달아 참가했다. 실제 작품 발매 연수로 따지면 무려 30년째 고등학교를 유급하는 중이다. 이는 게임에서 다른 인물과의 대화에서도 놀림당하는 요소다. 오죽하면 KOF XIII의 팀 엔딩에선 꿈꾸는 내용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것일 정도인데, 도대체 이 불쌍한 고등학생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쭉 살펴보자.
쿠사나기 일족의 스토리가 밝혀지는 KOF 95~97, 오로치편
이어지는 KOF '95에선 죽은 줄 알았던 루갈이 돌아와 킹 오브 파이터즈 대회를 다시 개최한다. 사실 이는 루갈이 쿄에게 복수하기 위해 다시 개최한 대회였고, 우승한 일본팀을 기절시킨 후 자신의 본거지로 끌고 온다. 그렇게 다시 맞닥뜨린 쿄 앞에 전작에서 사망한 아버지 사이슈가 등장했다.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가 살아 돌아온 것도 잠시, 뭔가 알 수 없는 힘을 사용해 쿄를 공격해 왔다. 사실 전작에서 사망한 사이슈를 루갈이 수습해 소생 시술과 세뇌를 동시에 진행한 것이다. 어렵게 아버지를 쓰러트린 쿄는 스스로 '오메가 루갈'이라 칭하는 루갈과 최종 결전을 치른다.
사이슈와 마찬가지로 알 수 없는 힘을 사용하던 루갈은 패배하자 힘을 제어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소멸한다. 당시 '암흑의 힘', '알 수 없는 힘'이라 알려진 이 힘은 후속작 KOF '96에서 오로치의 힘이라는 게 밝혀진다. 오로치는 '지구의사'라 표현되는 초자연적인 존재다. 일본 신화에 등장하는 여덟 개의 머리와 꼬리를 가진 큰 뱀 '야마타노오로치'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 먼 고대 지나치게 자연을 파괴하는 인류를 두고 볼 수 없어 '팔걸집'을 필두로 하는 자신의 일족을 이끌고 인류를 멸망시키려 했다. 그런데 이건 인간이 잘못한 게 아닌가?
이때 오로치를 막아선 게 쿠사나기 가문, 야사카니 가문, 야타 가문이다. 삼신기의 일족이라 불리는 이들에게 패배한 오로치는 봉인되고 만다. 그러나 오로치 일족은 야사카니 일족을 상대로 농간을 부린다. 야사카니 일족의 마음 속에는 힘을 향한 동경과 쿠사나기 일족에 대한 질투가 자리했고, 이를 파고들어 다른 삼신기 가문을 배신하게 만든다. 야사카니 일족은 오로치 일족과 계약해 '야가미'로 이름을 바꾸고, 불꽃은 그들과 같은 보라색으로 변한다. 두 일족의 앙금은 현대까지 이어져 쿄의 라이벌 야가미 이오리의 경쟁 구도로 자리한다. 당사자들은 일족의 원한 관계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건 조금 아이러니한 부분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현대에 환생한 팔걸집들의 음모로 KOF '96 시점 오로치가 봉인에서 풀려난다. 쿄와 격투가들은 이를 어떻게든 막으려고 했지만, KOF '97에서 팔걸집 중 하나인 크리스의 몸에 빙의해 부활에 성공한다. 그런 오로치를 막아선 건 현대의 삼신기 가문 일족 쿠사나기 쿄, 야가미 이오리, 카구라 치즈루였다. 실제로 KOF '97에서 세 캐릭터로 팀을 짜 아케이드 모드를 진행할 시 트루 엔딩인 삼신기 엔딩을 감상할 수 있다. 삼신기는 지금도 시리즈 주요 서사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는 트리오니 알아두자.
치열한 접전 끝에 세 파이터는 오로치를 쓰러트린 뒤 봉인에 성공했고, 쿄가 주인공으로 활약한 오로치 편이 막을 내린다. 그러나 쿄의 고생길은 끝이 아니었으니, 삼신기 일족의 힘을 노리던 비밀결사가 혼절한 쿄를 납치해 '네스츠편'의 방아쇠를 당긴다. 세상을 구했는데 이런 취급이라니, 이거 너무한 거 아니냐고!
깨어나보니 쌍둥이 형제가 잔뜩 생긴 건에 관하여
KOF '98은 드림매치이므로, 오로치와의 싸움을 끝으로 혼절했던 쿄의 이야기는 KOF '99에서 이어진다. 쿄를 납치한 조직은 비밀 결사 'NESTS(네스츠)'라고 불리는 조직이었다. 매드 사이언티스트들이 모인 세력으로, 오버 테크놀로지 과학기술력을 활용해 세계 정복을 노리는 빌런이다. 총수의 목적은 신세계의 신으로 군림하는 것이다. 꿈이 원대한 건 좋은 일이지만, 이런 걸 노리는 빌런의 끝은 항상 안 좋기 마련이다.
비록 쿄는 K'에게 주인공 자리를 내어줬지만, KOF '99~2001 동안 이어진 네스츠편에 큰 존재감을 뽐낸다. 네스츠가 쿄를 납치한 건 삼신기의 힘을 복제해 무기로 삼기 위함이고, 그를 이용해 온갖 클론과 개조 인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굳이 쿄가 납치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야가미 일족의 신기는 오로치 일족과 너무 오랜 시간 함께해 인간이 다룰 수 없다. KOF '95에서 힘을 제어하지 못해 자멸한 오메가 루갈이 좋은 예시다. 치즈루의 가문은 사회적으로 어마어마한 입지라 감히 건드리기에 부담이 크다. 결국 소거법으로 쿄가 타겟으로 결정됐다.
네스츠편 스토리의 핵심 인물은 대부분 쿄와 연결 고리가 존재한다. 주인공 K'는 쿠사나기의 힘 이식에 성공한 유일한 실험체다. 99 최종 보스 크리자리드는 그런 K'의 클론이다. KOF 2001에 등장한 K9999(=KOF XV의 크로닌)은 쿄의 9,999번째 클론인데, 클론을 1만 명 가까이 만들어 봤다는 의미다. 실제로 KOF '99 등장인물 KYO-1과 KYO-2도 쿄의 클론이며, 스토리에서 하이데른 용병단이 그들을 제압했다는 언급이 나온다. KOF 2002 히든 캐릭터 KUSANAGI도 클론이다.
다행히 쿄는 KOF '99에서 이오리 덕분에 풀려났다. 킹 오브 파이터즈 대회가 개최된 틈을 노려 네스츠 연구 시설을 습격했고, 그 여파로 쿄가 의식을 되찾는 데 성공했다. 네스츠라는 조직과 자신의 클론과 관련된 정보를 접하고, 힘을 뺏긴 것도 모자라 이용당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그 길로 쿄는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고, 네스츠에 대한 복수를 위해 움직이게 된다. 이후 시리즈에선 서브 조력자로 가끔 등장하며, 새로운 주인공들에게 KOF 시리즈의 이야기 배턴을 넘기게 된다.
킹오파 AFK의 첫 참전은 KOF '99 버전
킹오파 AFK에서의 쿄는 어떤 모습인가? 우선 오리지널 쿄는 게임 오픈 첫 픽업 레전드 쿄 1명뿐이다. 스타일은 KOF '99로 주인공에서 물러난 첫 시리즈다. 이전 시리즈에서 검은색 일변도의 스타일을 벗어나 흰색 옷을 입고 등장해 당시 게이머들은 '백 쿄'라고 불렀다고 한다.
기술 고증도 잘 살렸다. 당시 타격감이 좋고 실용성이 훌륭한 '427식 역철'이 노멀 스킬, 쿄의 대표 대공기 '100식 귀신태우기'가 액티브 스킬, 피니시 스킬 '리 108식 대사치'는 당시 스토리 고증을 살려 몸이 불타지 않는다. 여담으로 99 시절 대사치는 발동 시간이 길어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는데, 킹오파 AFK는 격투 스타일이 아니라서 이런 단점이 사라졌다. 9월 18일 기준 전용 픽업이 끝난 상태라 현시점에서 얻기 힘든 게 흠이다.
앞서 소개한 클론 쿄 3명도 킹오파 AFK에서 만날 수 있다. KYO-1과 KYO-2는 유니크, KUSANAGI는 레전드 등급이다. 클론 쿄의 대표적인 특징은 기술에 'OO식'의 이름이 안 붙는다. 쿄의 클론인 건 맞지만, 쿠사나기류 고무술을 비롯한 쿠사나기의 검 능력을 온전히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복사는 했기에 일부 기술은 불꽃이 나오기도 하는 등, 마냥 모자란 모습만 있는 건 아니다.
KUSANAGI는 특이 케이스로 기술에 'OO식'이 붙는다. 그리고 99 스타일인 KYO-1, 2와 다르게 홀로 2002 UM 버전이다. 플레이어블로 등장했던 첫 시리즈라서다. 레전드 등급을 받은 이유도 가장 강력한 성능을 발휘했던 2002 UM을 기반으로 해서다. 처형 시너지 파이터 중 준수한 성능을 자랑하며, 현재 처형 시너지 픽업을 통해 확정 획득이 가능하다. 처형 시너지 발현을 노리는 유저라면,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