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보드] 전설의 늑대, 킹오파 AFK '테리 보가드'

▲ 쿄에 이어 인기 파이터 테리 보가드를 소개한다 (자료: 국민트리 제작)

'킹 오브 파이터 AFK(이하 킹오파 AFK)' 두 번째 신규 파이터 테리 보가드는 KOF 시리즈를 넘어 제작 회사 SNK를 대표하는 파이터다. 북미 시장에서 큰 인기를 구가하며, 첫 작품인 아랑전설부터 모든 KOF 시리즈에 개근했을 정도다. 심지어 옆동네 '스트리트 파이터 6'에 게스트로, 스매시브라더스 시리즈에서 SNK IP의 대표 캐릭터로도 등장했다. 특유의 빨간 모자와 조끼가 트레이드 마크인 테리 보가드는 어떤 이야기를 가졌는지 알아보자.

KOF 이전 아랑전설이 있었다

양부의 원수를 갚기 위한 싸움

▲ SNK의 대표작 아랑전설에서 주인공으로 처음 등장 (사진출처: SNK 공식 홈페이지)

테리 보가드는 KOF 시리즈 이전 작품 아랑전설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데뷔했다. 줄거리는 테리가 양부 제프 보가드의 원수 기스 하워드에게 복수하는 것이다. 테리는 미국 사우스 타운에 버려진 고아였고, 친동생 앤디와 함께 길거리를 전전했다. 그런 형제를 양부 제프 보가드가 거두면서 테리 보가드라는 이름을 얻는다. 양부 제프는 기스 하워드, 친 신잔과 함께 텅푸루 밑에서 수련을 받은 '투신 삼형제'라 불린 고수였다. 그는 테리에게 마샬아츠와 제프류 훤화살법을 전수한다.

그러던 어느날 제프의 동문이었던 기스가 '진의 비전서'를 빼앗기 위해 제프를 살해한다. 스승인 텅푸루가 실력은 부족하지만, 마음가짐이 올곧은 제프에게 물려준 비전서였다. 당시 묘사가 참 어두운데, 모든 사람들이 기스가 제프를 살해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기스는 범죄 조직의 수괴였고, 돈의 힘으로 사건을 덮어버린다. 아아, 이 더러운 세상!

두 형제는 순식간에 자신들을 길러준 아버지를 잃었고, 이는 기스를 향한 복수심으로 이어진다. 이후 아랑전설 시리즈에서 기스를 쓰러트리기 위한 싸움이 이어졌다. 테리는 몇번이고 기스를 패퇴시키지만, 기스는 끈질기게 돌아왔다. 이 싸움은 1995년 작 '리얼 바웃 아랑전설'에서 끝을 맞이한다.

테리의 파워 가이저를 얻어맞은 기스는 건물 밑으로 추락한다. 아무리 양부를 죽인 원수라지만, 기스를 죽게 둘 수 없었던 테리는 떨어지는 기스를 쫓아가 낚아채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기스는 오히려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스스로 손을 뿌리친다. 'Good bye. 하하하!!!'라는 마지막 말을 남긴 채 말이다. 지금도 팬들에게 회자하는 명장면이다. 그런데 그때 테리는 알았을까, 그렇게 죽은 줄 알았던 기스가 사실 이세계인 철O으로 넘어가 밸런스를 박살냈다는 걸 말이다.

긴 싸움의 마침표를 찍은 테리는 다시 방랑길에 오른다. 이때 테리를 따라가는 한 청년이 있는데, 놀랍게도 기스의 아들 '락 하워드'다. 자신과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가득한 청년으로, 테리의 팬을 자처하며 따라다니는 중이다. 아버지 기스가 죽도록 미웠지만, 실상 기스가 죽자 유일한 가족이 사라졌다면서 테리에게 달려들었다. 물론, 실력 차가 어마어마했기에 락은 아무것도 못 하고 쓰러진다.

어쩌다 보니 입장이 역전된 테리는 락의 양부가 되어 같이 생활한다. 그리고 락의 플레이어블 캐릭터 데뷔는 '아랑: 마크 오브 더 울브스'다. 테리에게 주인공 자리를 물려받았다. 이때 레이지 런, 라이징 태클 등 테리에게 전수 받은 기술을 쓴다. 그런데 이 친구, 친아버지 기스 하워드의 기술인 레이징 스톰과 더블 열풍권을 사용하는 게 아닌가? 원수 관계인 두 아버지의 기술을 모두 사용하는 굉장한 효자(?) 같다. 최신작에선 테리의 모자를 물려받는데, 관련된 내용은 직접 플레이해 확인하자.

▲ 아랑: 마크 오브 더 울브스에선 모자를 벗고 이미지가 확 바뀌었다 (사진출처: 스팀 게임 페이지)

역마살이 낀 백수

▲ KOF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죠 덕분이다 (사진: 국민트리 촬영)

그럼 테리는 어쩌다 KOF에 참가하게 된 걸까? 계기는 아랑전설에서 함께 싸웠던 죠 히가시의 권유다. 이때 동생 앤디 보가드와 함께 참전했고, 'KOF 아랑전설 팀'의 기틀을 다진다. SNK의 대표작 아랑전설의 주인공인 만큼 전관예우를 받은 걸까? 테리는 KOF '94를 시작으로 모든 시리즈에 등장한다. 특유의 빨간 상의와 모자가 시선을 확 끌면서 많은 플레이어에게 사랑받은 건 덤이다.

다만, KOF 속 테리는 스토리 비중이 크지 않다. 심지어 팬들에겐 '붕 떠있는 거 같다'라는 평가까지 받을 정도였다. 덕분인지 진지한 이야기보다 주로 개그성 이벤트가 벌어진다. 테리의 이야기는 본적인 아랑전설 시리즈에서 풀리는 게 더 많으니, 그쪽을 참고하자.

앞서 테리는 락과 함께 방랑길에 올랐다고 언급했다. 사실 락과 만나기 전부터 쭉 여행을 다니고 있다는 설정이다. 즉, 아랑 전설에서 데뷔한 이래 꾸준히 백수라는 말이다. 이런 생활이 이어졌다 보니 무전취식, 무임승차는 기본이다. 락이 이걸 그대로 따라 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교육은 물 건너간 것 같다.

한량 기질과 역마살의 대환장 컬래버에 속이 타들어 가는 건 동생 앤디의 몫이다. 그 정점이 KOF XIII의 특별한 팀 엔딩이다. 킹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술을 잔뜩 마시고 꿈꾸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꿈속에서 테리의 모습은 번듯한 옷차림에 양복을 입고 직장 생활을 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괜히 꿈이 꿈이겠는가, 옆에서 같이 자는 쿄와 료의 꿈을 보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덕분에 팬들 사이에선 '이뤄지지 않는 꿈'이라고 평가받는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술값이 동생 앤디에게 청구되는데, 앤디는 '반드시 취직시키고 말겠다'라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XIII의 모션까지 그대로 구현한 킹오파 AFK

▲ 테리의 스타일은 XIII 버전 (사진: 국민트리 촬영)

킹오파 AFK에 등장한 테리는 KOF XIII 버전이다. 사용 기술은 노멀 스킬 라이징 태클, 액티브 파워 가이저, 피니시 트리니티 가이저다. 라이징 태클은 테리를 상징하는 18번 기술로 잘 구현됐다. 본래 대공기로 사용하는 기술이나, 킹오파 AFK에선 노멀 스킬로 채용됐다.

1대1 싸움인 본가와 다르게 다수의 적이 등장하는 킹오파 AFK에선 파워가이저와 트리니티 가이저가 다수의 적을 공격하는 기술로 바뀌었다. 트리니티 가이저는 KOF XIII의 NEO MAX 초필살기다. 모션이 양손을 마주잡고 땅을 힘차게 꽂는데, 이는 실제 기술 시전 모션을 그대로 재현했다.

그밖에 패시브 '와일드 울프'는 테리의 캐릭터 캐치프레이즈에서 따왔다. KOF '98에선 '포효하는 늑대', 캡콤 VS SNK 2에선 '와일드 울프', KOF XV는 '전설의 늑대'라 불렸다. 유독 늑대와 연관이 많이 되는데, 이는 아랑전설의 '아랑'이 굶주린 늑대라서 비유된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아랑전설에서 기스는 테리를 늑대라고 표현하곤 했다. 이에 킹오파 AFK에서도 캐치프레이즈에서 따온 와일드 울프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