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보드] 킹오파 AFK에서도 외칩니다 '전북익산!'

▲ 료의 얼굴만 봐도 빵 터지는 유저가 있을 것이다 (사진: 국민트리 제작)

'킹 오브 파이터 AFK(킹오파 AFK)'의 원작인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는 30년이 넘도록 사랑 받는 장수 IP다. 장대한 역사의 시작은 첫 번째 작품인 더 킹 오브 파이터즈 '94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캐릭터 서사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SNK의 여러 작품 캐릭터가 등장하는 올스타 성향을 띄기 때문이다. 실제로 등장 인물의 출신작이나 배경을 둘러보면 '형이 왜 거기서 나와?' 싶은 게 참 많다.

이번 시간의 주인공 '료 사카자키'도 그런 캐릭터다. 용호의 권 시리즈 주인공이자,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 첫 작품인 '94에 출전했다. 캐릭터성의 핵심은 '가난한 무술가 집안의 장남'이다. 가진 재산은 적을지언정 밈 보유량은 시리즈에서 알아주는 부호다. 그만큼 사랑받는 캐릭터라는 뜻이다. 이 친구의 웃음이 앞을 가리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극한류 사범 대리 료의 파란만장한 인생 굴곡

잠깐! 극한류 일가 교통정리부터 하겠습니다

▲ 료와 로버트를 중심으로 멤버가 조금씩 바뀌는 게 원작의 팀 엔트리 (사진: 국민트리 촬영)

먼저 료의 데뷔작인 용호의 권 시절부터 짚어보자. 용호의 권은 1992년에 출시한 타이틀이며, 격투 게임 최초로 기 게이지와 초필살기 등을 도입했다. 제목의 '용호'는 주인공인 무적의 용 료 사카자키와 동료인 최강의 호랑이 로버트 가르시아를 가리킨다. 여기에 료의 아버지 타쿠마 사카자키, 여동생 유리 사카자키를 더해 극한류 일가라고 부른다. 료의 신분은 로버트와 같은 사범 대리다.

일가의 명칭은 타쿠마 사카자키가 창설한 유파 극한류 가라테에서 따왔다. 본점인 사카자키 도장은 아랑전설의 무대이기도 한 미국 사우스 타운에 위치했다. 료와 사카자키 일가의 이름을 미국식으로 표기하는 건 이런 이유다. 

극한류 가라테는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와 아랑: 마크 오브 더 울브스 세계에서 유명한 유파로 통한다. 그러나 두 작품에서 극한류 일가를 다루는 묘사는 조금 다르다. 더 킹 오브 파이터즈에서는 빈곤 속성을 더해 개그를 챙겼다. 아랑: 마크 오브 더 울브스에서는 기존 사범 대리 료가 일선에서 물러나 새로운 사범 대리가 앉았다. 기존 아랑전설보다 이후 시점이라 차이가 생긴 듯싶다.

▲ 아버지를 보는 료의 표정에서 오만가지 감정이 느껴진다 (사진출처: SNK 공식 홈페이지)

료의 인간관계도 대부분 극한류 관련 인물이다. 로버트는 친구이자 동문, 라이벌이다. 타쿠마는 존경하는 스승이자 아버지이지만, 다소 거리감이 있다. 워낙 엄격한데다 고지식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래 싸움을 싫어하는 료에게 엄격한 태도로 극한류를 가르쳤다. 최근 스토리에서는 료와 타쿠마의 성격이 뒤집힌 게 재미있는데, 이건 잠시 후에 설명하겠다.

예외인 캐릭터가 하나 있는데, 바로 킹이다. 용호의 권 시절에는 소 닭 보는 듯한 관계였으나 더 킹 오브 파이터즈에 들어서 커플링 떡밥이 생겼다. 특히 더 킹 오브 파이터즈 2000부터 다른 극한류 캐릭터들이 둘을 이어주고자 암약 중이다. XI부터 료와 킹의 연애 비중이 커졌으니 유튜브에서 더 킹 오브 파이터즈 XI 및 이후 용호의 권 팀 엔딩 감상을 추천한다. 

▲ 같은 용호의 권 출신이지만, 료와 관계는 천지차이 (사진: 국민트리 제작)

유리를 구하기 위해 패왕상후권을 쓸 수밖에 없다!

용호의 권은 1과 2, 외전으로 총 세 작품이 나왔다. 그중 료가 주인공을 맡은 건 1과 2다. 이야기는 유리 사카자키가 사우스 타운의 빌런 미스터 빅에게 납치당하는 것으로 막을 열었다. 이에 료와 로버트가 유리의 행방을 찾아 나섰다. 이 과정에서 온갖 불량배와 폭력 조직을 만나 취조하는 게 게임 스토리다. 한 판 이길 때마다 피떡이 된 적이 힌트를 주는 식으로 표현했다.

마침내 료는 미스터 빅을 찾아 곤죽을 냈다. 다행히 그는 험한 꼴을 본 뒤 정신을 차린 듯하다. '항구의 공수도장을 찾아라, 불패의 격투가가 널 기다린다'라고 답했다. 그 길로 미스터 빅이 언급한 장소에 도착하니 텐구 가면을 쓴 무도가가 료를 맞이했다. 훗날 미스터 가라데라는 이름으로 알려질 인물이다. 아무튼, 료는 수수께끼의 격투가를 쓰러트렸고, 마침내 유리와 재회했다. 유리는 료를 안심시킨 뒤 '그 사람은 우리들의...'라는 대사를 남겼으니, 이게 용호의 권 1의 마지막 대사다. 세상에 여기서 절단 신공을 쓸 줄이야!

유리가 미처 끝내지 못한 대사와 사건의 발단은 용호의 권 2에서 밝혀졌다. 텐구 가면 격투가의 정체는 타쿠마 사카자키였다. 원래 기스 하워드가 조직 확장을 위해 극한류를 영입하려 했고, 미스터 빅이 선수를 쳐 유리를 납치한 것이다. 자연스레 승부는 료와 그를 부하로 삼으려는 기스 하워드의 승부로 이어졌다. 

▲ 이 차림으로 바이크를 타고 질주하는 모습이 기묘했던 모양이다 (사진출처: 킹오파 AFK 공식 트위터)

용호의 권이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아마 1편에서 료가 남긴 희대의 명장면일 것이다. '무기를 가진 녀석이 상대라면, 패왕상후권을 쓸 수밖에 없다!'라는 대사다. 당시 스크린 샷이 워낙 기묘해 희대의 개그 요소이자 료를 상징하는 밈으로 자리했다. 원문의 느낌을 살릴 경우 이 대사는 '패왕상후권을 쓸 수밖에 없으리라'라는 비장미 넘치는 대사라고 한다. 문제는 대사의 화자다. 노란 머리에 주황색 도복, 나막신 차림을 한 청년이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며 장엄하게 독백하는 모습이 유저들을 빵 터지게 했다.

얼마나 인기인지 더 킹 오브 파이터즈에서도 응용할 정도다. 기자가 가장 찰떡으로 꼽는 건 XIII다. 료로 기계 인간 맥시마를 쓰러트려서 승리했을 경우 '중화기를 장착한 녀석이 상대라면, 패왕상후권을 사용할 수밖에 없겠군!'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SNK도 재미들린 게 분명하다.

극한류는 조용히 넘어가는 해가 없다

▲ 여기에 킹을 넣어 5명이 팀을 꾸린다 (사진: 국민트리 제작)

시간은 흘러 1994년, 료 사카자키가 더 킹 오브 파이터즈 '94에 출장을 왔다. 원래 더 킹 오브 파이터즈의 시작은 용호의 권, 아랑전설, 이카리, 사이코 솔저 등 SNK의 여러 작품이 모인 작품이었다. 팀 이름이 익숙하다고?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게 맞다. 료는 극한류 가라테 유파의 장남답게 용호의 권 또는 극한류 팀에서 꾸준히 리더 자리를 맡고 있다. 

시리즈에서의 대우는 조금 미묘하다.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는 팀마다 스토리가 조금씩 다르고, 정사에 영향을 끼치는 팀과 개그 담당 팀으로 구분되기 때문이다. 료가 이끄는 용호의 권 팀은 후자에 속한다. 

료와 팀 스토리의 핵심 키워드는 '가난'과 '콩가루 분위기'다. 극한류 도장이 워낙 가난해 개그 요소로 쓰인다. 정점은 더 킹 오브 파이터즈 2001이다. 극한류의 재정 담당 로버트의 가업이 네스츠로 인해 큰 위기에 놓인다. 이에 팀원들은 로버트와 극한류 재정 상태를 위해 우승 상금을 목표로 참전했다. 물론, 그럼에도 이동비와 숙박비는 온전히 로버트의 몫이다. 팀 엔딩에서 대회 우승 상금으로 로버트 가문 부활에 성공했다. 그러나 타쿠마가 돈 때문에 구해줬다는 투의 망언을 했고, 로버트의 분노를 샀다. 이러고도 함께 활동하는 로버트가 진짜 의리남이 아닐까 싶다.

콩가루 분위기 부문은 집안 분위기와 팀 엔트리 모두 해당한다. 료의 동생 유리가 자주 팀을 이적하는 철새 유저라서 팀이 자주 바뀐다. 빈 자리는 주로 스승인 타쿠마가 담당하지만, 정작 료와 로버트는 정말 싫어하는 눈치다. 더 킹 오브 파이터즈 2003에서는 타쿠마가 불참 의사를 밝히며 슬쩍 떠봤더니, 둘이 화색을 띠며 냉큼 받아먹는다. 덕분에 타쿠마는 한 시리즈를 쉬고 말았다.

▲ 킹오파 AFK에서는 돈 많이 벌길 바란다 (사진: 국민트리 제작)

더 킹 오브 파이터즈 XI부터는 팀과 료의 사정이 조금 복잡해진다. 더 킹 오브 파이터즈 2003 엔딩에서 타쿠마가 습격당해 입원, 함께 팀을 지탱하던 로버트는 가문 프로젝트 건으로 불참한다. 이에 같은 용호의 권 출신 캐릭터 킹을 영입해 '료 - 유리 - 킹'의 용호 팀을 결성한다. 그런데 이건 료를 제외한 극한류 일가의 함정이었다. 료와 킹을 이어주려고 수작을 부린 게 아닌가? 다행히 킹도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료가 눈치 없이 답답하게 굴어 폭발 엔딩을 맞이했다. 결과야 어찌 됐든 연애전선에 불이 들어왔으니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치자.

더 킹 오브 파이터즈 XIV에서는 료의 분노 게이지가 폭발 직전에 도달한다. 극한류 도장이 차린 야키니쿠 집이 호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오랜 가난을 벗어난 건 좋은 일이지만,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다. 다들 사업 확장에 눈이 돌아간지라 료 홀로 '수련을 미루고 부업이 중심이 되면, 그게 무도가인가?'라며 속을 태운다. 다행히 료가 미스터 가라데 2세로 각성해 교통정리를 마치고, 팀의 마음가짐을 바로 잡는 데 성공한다. 이 과정에서 애먼 문하생이 가게를 떠맡게 된 건 덤이다.

다 함께 외쳐! 전북, 익! 산!

▲ 전북익산으로 유명한 유저들의 영상을 흉내 내 보았다 (사진: 국민트리 제작)

파란만장한 인생 굴곡이 재미있지만, 역시 격투 게임 캐릭터의 인기는 인게임 성능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게임 플레이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아닌가? 실제로 가난을 제외한 료의 밈 비중은 인게임에 기반한 것이 많다. 용호의 권에서 시작한 패왕상후권 밈도 그렇고 말이다.

여기서는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에서 나온 국내 밈을 정리해보자. 먼저 98에서 언급된 환상의 캐릭터 '나막신을 신은 료'다. 대전을 시작하기 전에 나막신을 벗는 장면 때문에 나온 밈이다. 당시 최강 캐릭터 라인인 '이치고크'의 일원, 다이몬 고로가 나막신을 신고 싸우는 게 원인이다. 만약 나막신을 벗지 않고 싸웠다면, 사기 캐릭터가 됐을 거라는 나름 논리적인 분석이다. 도대체 유저들은 나막신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 건지 궁금하다. 나중에 킹오파 AFK에 나막신을 신은 료가 등장한다면 인기를 끌지 않을까?

특수기인 빙주깨기도 유명하다. 사용 시 격파 시범하는 것처럼 공격한다. 이 기술이 밈으로 부상한 건 모 커뮤니티에서 한 유저가 쓴 더 킹 오브 파이터즈 2002 료 공략 글 덕분이다. '중단입니다. 느려서 보고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럼 봐도 못 막게 하면 됩니다'라는 설명인데, 이게 많은 유저의 배꼽을 잡게 해 필수 요소로 거듭났다. 기자도 당시 해당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다가 글을 본 기억이 난다. 

가장 인기있는 건 역시 더 킹 오브 파이터즈 97에 데뷔한 초필살기 천지패황권, 사람들이 경의를 담아(?) 부르는 '전북익산'이다. 각 잡힌 자세로 정권 지르기를 하는 기술이다. 원래 대미지가 매우 낮은 비인기 기술이었으나, 98부터 카운터 대미지가 대폭 상승해 남자의 로망 기술로 거듭났다. 여기에 기술 시전 대사 '이치게키! 힛사츠!(일격! 필살!)'이 전북! 익산!으로 들리는 몬더그린이 발생한 건 덤이다.

그 밖에도 몬더그린의 영향으로 암내스캔, 이힝유홍, 아오소포겐 등 주옥같은 몬더그린이 존재하니 찾아보길 추천한다. 기왕이면 킹오파 AFK에서 료가 기술을 쓸 때마다 직접 대사를 외쳐보자. 게임을 200%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국민트리는 다른 사람에게 들켜서 창피당했을 때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킹오파 AFK에도 패왕상후권 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 패왕상후권은 극한류 공용 오의라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사진: 국민트리 제작)

끝으로 킹오파 AFK 속 료 사카자키의 모습을 확인하자. 료는 최신 작품인 더 킹 오브 파이터즈 XV 버전을 구현했다. 액티브 스킬은 호황권과 대공기 호포를 탑재했다. 호포는 비록 사거리가 짧지만, 장풍 판정인 걸 고려해 장풍형 액티브 스킬로 구현했다. 초필살기 위치인 피니시 스킬은 천지패황권을 탑재했다. 킹오파 AFK의 극한류 캐릭터는 모두 패왕상후권을 사용하지 않는다. 극한류의 공용 오의라 개성을 살리기 어렵다고 판단한 게 아닐까 싶다. 실제로 각자의 고유한 기술을 배정했고 말이다.

천지패황권의 포인트는 장풍형인 점이다. 킹오파 AFK는 기술 유형마다 반격이나 회피 가능 여부가 갈린다. 그중 장풍형 스킬은 반격이 불가능하다. 앞서 언급했듯 천지패황권은 적의 공격을 읽고, 카운터로 맞혀야 빛나는 기술이다. 이를 고려해 반격할 수 없는 스킬로 구현한 건 아닐까?

성급 효과는 천지패황권의 로망을 극대화한다. 료가 잃은 HP에 비례해 공격력이 최대 30% 증가한다. 궁지에 몰릴수록 딜량이 상승하는 것이다. 여기에 2단계 보상인 명중 20% 증가를 더해 정확한 일격을 노려 보자. 참, 피니시 스킬을 쓸 때에는 이 대사를 힘차게 외치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전북! 익!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