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보드] 킹오파 AFK의 루갈은 '하브루신'이 아니다!

▲ 킹오파 AFK에서 최종보스의 위엄을 지킨 루갈 (자료: 국민트리 제작)

'더 킹 오브 파이터즈(이하 KOF)'는 원작에서 동명의 격투기 대회를 뜻했다. 그리고 첫 번째 작품인 KOF' 94에서 대회를 개최하는 최종 보스가 나타났는데, 오늘 소개할 '루갈 번스타인(이하 루갈)'이다. 그는 뒷세계에서 무기, 마약 밀매 암시장을 휘어잡은 큰손이자 죽음의 상인이란 별명으로 불렸다. 무려 개인 항공모함까지 갖고 있었던, 현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힘을 지닌 인물이다.

그런데 이 남자, KOF' 95를 기점으로 공식 스토리에서 자취를 감췄다. 계속 등장할 것 같았던 최종 보스가 깔끔하게 두 번째 시리즈에서 퇴장했다는 건 많은 궁금함을 낳았다. 그리고 KOF' 98에서는 최약체 사천왕 '하브루신'으로 불리는 굴욕까지 당했다. 그러던 중 긴 모멸과 핍박에서 벗어나 '킹 오브 파이터 AFK(이하 킹오파 AFK)'에 금의환향한 루갈의 이야기를 국민트리가 정리했다.

아군이 없는 최종보스

▲ 하이데른과는 철천지 원수 사이다 (사진: 국민트리 촬영)

루갈의 과거는 본인 이외엔 아무도 몰랐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행보는 크게 2가지로, 하나는 하이데른의 대원들과 가족을 몰살하고 한쪽 눈을 가져간 것이다. 무기 및 마약 밀매상으로 이름을 떨치는 그를 잡기 위해 하이데른 휘하 용병단이 끈질기게 추격했다. 이를 눈치챈 루갈은 반대로 하이데른의 부하 50명과 아내 산드라, 딸 클라라를 살해했다. 이에 이성을 잃은 하이데른이 루갈에게 덤볐으나, 도리어 눈을 하나 잃는 중상을 당했다. 이게 일종의 경고였다고 한다. 악당이 괜히 악당이 아니다.

다른 하나는 오로치의 힘을 노리다 사천왕 게닛츠에게 제압당해 한쪽 눈을 잃은 사건이다. 하이데른에게 했던 악행을 돌려받은 느낌이었다. 게닛츠는 처음엔 힘을 탐내는 루갈을 처리하려다 '평범한 인간에게 오로치의 힘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라는 호기심에 시험 삼아 루갈에게 오로치의 힘을 넘겨줬다. 그리고 매츄어와 바이스를 비서로 넣었는데, 이 둘의 이야기는 다른 기회가 생기면 설명하겠다.

루갈은 자신과 싸워서 패배한 격투가 동상을 만드는 취미가 있었다. '동상 만들기가 취미라니 부자는 다르네'라고 생각할 법했지만, 동상의 재료가 시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패배한 격투가를 본따 만든 게 아니라 동상의 속재료로 넣은 것이었다. KOF '94 최종 보스전에서 이를 발견한 파이터들이 질겁하는 장면이 나왔었다. 자신에게 덤벼드는 남자 격투가는 동상으로, 여성 격투가는 박제해 주겠다는 대사는 덤이었다.

이런 루갈은 스토리 정사 기준 아버지를 납치, 세뇌시킨 것에 분노한 불꽃 효자 쿠사나기 쿄에게 참패했다. 그런데 그는 패배가 어지간히 치욕스러웠는지, 결투장이던 자신의 항공모함 '블랙노아'를 자폭시켜버렸다. 주최자라지만 이건 너무한 거 아닌가!? 다행히 주인공 보정으로 다른 파이터들은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고, 그렇게 루갈은 사라지나 싶었다.

▲ 킹오파 AFK에서 오로치 파이터처럼 오메가 루갈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사진: 국민트리 촬영)

그러나 루갈은 이어지는 KOF '95에서 '오메가 루갈'이란 이름으로 부활해 다시 등장했다. 자폭의 영향이었는지 몸 대부분을 사이보그로 개조했고, 게닛츠에게 받은 오로치의 힘을 개방하고 싸웠다. 다만, 이번에도 쿠사나기 쿄에게 패배했고, 자폭하는 대신 오로치의 힘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그러곤 '세상이 날 필요로 하는 한 나는 다시 올 것이다!'라는 유언을 남기고 소멸했다. 이때 아사미야 아테나를 포함한 사이코 솔저 팀일 경우 '당신 따위 이 세상에서 필요 없어요!'라는 특수 대사가 나왔다.

이후 루갈은 KOF 스토리에서 사실상 고인 취급을 받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KOF 2003에 아들 아델하이드 번스타인과 딸 로즈 번스타인이 깜짝 출연했다. 아버지와 다르게 아델하이드는 너무나 건실한 청년이라 놀란 팬이 정말 많았다. 그래서일까? 아델하이드는 아버지를 흑역사 취급했으며, 하이데른과 커넥션을 만들었다.

딸인 로즈는 아버지의 성격을 닮아 안하무인의 성격이나, 오빠 아델하이드의 말엔 껌뻑 죽는다. 훗날 설정이 풀리면서 나온 바에 따르면, 루갈은 놀랍게도 첫 아이는 딸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과 사사건건 부딪히는 아들보다 딸을 오냐오냐 키운 것으로 추정된다.

더 시간이 흘러 신작 KOF XV에서 루갈은 오메가 루갈로 당당하게 돌아왔다. 작중 최종 보스 버스의 힘으로 부활했다는 설정이다. 추후 신작에서 아들과 딸의 반응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여담으로 초기 설정에서 '볼프강 크라우저'와 형제지간이 될 뻔했다. 이 영향으로 '카이저 웨이브'를 사용하도록 세팅했다는데, 엎어진 설정이니 가볍게 넘어가자.

더이상 하브루신이 아니다!

▲ 킹오파 AFK의 루갈은 훌륭한 파이터다 (사진: 국민트리 촬영)

루갈은 최종보스로 등장하던 시리즈를 제외하면, 그다지 좋은 성능의 파이터가 아니었다. 인기가 가장 많은 KOF '98에선 '하브루신'이라는 별명을 들었을 정도다. 하이데른, 브라이언, 루갈, 신고를 묶어 부르는 말로 당시 시리즈 최약체 사천왕으로 유명했다. '내가 하브루신으로 해도 넌 이긴다'는 말은 최고의 도발이었을 정도다.

하지만, 킹오파 AFK에선 전혀 다르다. 장르가 격투에서 AFK로 바뀐 영향이 있으나, 캐릭터 성능이 매우 뛰어나다. 같은 열 아군의 방어력 증가, 다른 열 아군의 피니시 스킬 피해 증가, 전투 시작 시 적 전체 공격력 감소를 발휘하는 서포터로 등장했다. 원작에서의 취급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전투 스타일이 KOF '98이라 그런지 피니시 스킬로 '데드 엔드 스크리머'를 가져왔다. 원작에선 이른바 '굴욕기'로 불리는 초필살기였는데, 킹오파 AFK에선 상대의 회피를 무시하는 잡기형 스킬로 사용된다. 혹여 개발진이 이를 염두에 두고 기술을 선정했을지 모른다. 당하는 입장이 유저가 아닌 AI 몬스터이니 굴욕을 줘도 무방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