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보드] 니케와 함께 마지막 여행을 떠난 노라의 이야기

승리의 여신: 니케엔 지상을 탈환하기 위해 싸우는 니케뿐만 아니라 방주에서 살아가는 소시민들이 그려진다. 남녀노소, 나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인간군상이 나와 스토리에 자극을 주는 요소다. 이런 방주 시민 중 최근 스토리 이벤트 BLANK TICKET과 TERMINUS TICKET에 등장한 인물이 있다. 오늘 소개할 노라 할머니다. 기자는 이번 스토리를 정리하며, 먼 곳에 간 할머니가 계속 생각나 눈물이 멈추지 않았었다. 2025년 겨울 니케 유저들에게 여운을 안겼던 노라 할머니의 이야기를 알아보자.

▲ 노라의 이야기는 기자에게 더 슬프게 다가왔다 (자료: 국민트리 제작)

'승리의 여신: 니케'는 지상을 탈환하기 위해 싸우는 니케뿐만 아니라 방주에서 살아가는 소시민들도 그린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인간군상이 자극을 주는 부분이다. 이런 방주 시민 중 최근 스토리 이벤트 'BLANK TICKET'과 'TERMINUS TICKET'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해 화제인 인물이 있다. 오늘 소개할 노라 할머니다. 기자는 이번 스토리를 정리하며, 먼 곳에 간 할머니가 계속 생각나 눈물이 멈추지 않았었다. 2025년 겨울 니케 유저들에게 여운을 안겼던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방주에 갇힌 자유로운 영혼

노라는 1차 랩쳐 침공 이전 지상에 살았던 인간 중 한 명이다. 여행을 참 좋아했는데, 흔히 '역마살이 끼었다'는 말이 어울리는 부류의 여행자였다. 그러나 랩쳐 침공이 발생했고, 운좋게 방주행 티켓을 얻은 노라는 다른 인류 생존자들과 함께 방주로 들어갔다.

방주에 들어온 노라는 여행으로 단련한 손재주를 이용해 옷가게를 열었다. 유명하진 않았으나 나름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수준이었다. 금방 지상으로 돌아갈 것이라 믿었던 그녀는 니케가 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세월이 흘러 지상 복귀의 가망이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땐 니케 신청 제한 나이를 넘겨버렸다. 방주 초기 시절엔 지금과 달리 남자 외엔 지휘관이 될 수 없어 그마저도 불가능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노라는 어느덧 백발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할머니가 되었다.

▲ 노라의 첫 등장은 꼬장꼬장한 할머니였다 (사진: 국민트리 촬영)

방주에 갇힌 채로 삶의 막을 내리는 게 아쉬운 노라는 가게를 정리하고, 과거 자신이 여행을 떠날 때 탔었던 기차를 떠올리며 AZX에 몸을 실었다. 방주 안을 빙빙 돌기만 하는 AZX에서 방주 풍경을 좋아하는 꼬마에게 심술을 부리기도 했다. 막차 시간까지 AZX에 머물던 노라는 객실에 홀로 남았고, 잠시 후 차량 점검 중이던 솔린과 마주쳤다. 첫 만남은 최악이었다. 어떻게든 열차에서 내리지 않으려는 진상과 역무원과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어딘가 슬퍼 보이는 노라의 눈빛을 발견한 솔린이 지휘관과 함께 찾아와 자초지종을 물었다.

이에 노라는 지상에 나가는 니케와 지휘관이 부러워 심술을 부렸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리곤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며, 목숨을 잃더라도 지상에서 눈을 감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했다. 노라의 이야기를 들은 솔린과 지휘관이 안타까워하자 말년에 솔린같은 친구를 사귈 수 있었으니 괜찮다며, 오히려 둘을 위로했다. 그리곤 갑자기 솔린과 지휘관에게 일주일 뒤 AZX 막차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잡았다.

▲ 일주일 뒤 만나자고 한 이유는 솔린에게 옷을 선물하기 위해서였다 (사진: 국민트리 촬영)

약속한 날 다시 만난 노라는 솔린에게 손수 만든 옷을 선물했다. 옷을 바로 갈아입고 온 솔린은 노라에게 목적지가 없는 티켓을 건넸다. AZX가 지상에 올라갔을 때 이 티켓을 보여주면, 반드시 노라를 지상으로 데려다 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말이다. 노라는 자신에게 살아갈 이유를 찾아준 솔린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얼마 뒤 솔린과 노라에게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중앙 정부 주도하에 민간인 3명을 AZX에 실어 지상으로 나간다는 이야기였다. 이 소식을 들은 노라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목적지에 'TERMINUS'를 적었다.

다시 돌아온 지상, TERMINUS를 향하여

여행자를 덮친 세월의 폭력

▲ AZX를 타고 마침내 지상을 다시 본 노라는 감탄을 쏟아냈다 (사진: 국민트리 촬영)

TERMINUS는 '종착역'이라는 뜻의 단어다. 노라가 어떤 마음으로 이런 단어를 썼는지는 TERMINUS TICKET에서 밝혀졌다. 솔린에게 소식을 들은 노라는 당연히 지상행 AZX를 신청했다. 다행히 노라는 3명의 민간인 중 한 명으로 뽑혔고, 두근대는 마음을 안고 출발일을 기다렸다.

이때 자신에게 이런 기회를 준 디젤과 브리드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솔린에게 준 것과 같은 승무원복을 선물했다. 사이즈는 솔린에게 들어 딱 맞는다는데, 노라는 디젤과 브리드를 직접 만난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둘에게 딱 어울리는 옷을 만들어냈다. 새삼 노라의 디자인 센스가 뛰어나다는 걸 느꼈다. 그 후 함께 가는 지휘관과 네로, 시그널, 메어리, 율리아와 인사 후 마침내 지상으로 올라가는 AZX에 몸을 실었다.

1차 랩쳐 침공 이후 처음 본 지상은 황폐했다. 부서진 건물 잔해와 아무렇게나 자란 풀이 노라의 시야에 들어왔다. 자신이 알던 것과 너무나 달라진 지상에 낯선 느낌을 받았으나, 이내 감탄이 터져나왔다. 원래 여행이란 미지의 세계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말이다.

첫 번째로 도착한 장소는 한 도시였다. 네로가 가족을 잃은 새끼 사슴을 데려왔는데, 이야기를 들은 노라는 사슴들의 시체를 찾아 무덤을 만들어 주자고 제안했다. 도움을 받아 시체를 발견해 무덤을 만들었고, 이를 지켜보던 솔린이 지휘관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왜 사슴 인형을 진짜 사슴으로 여기는 거냐고', 뭔가 불길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 AZX에 달려드는 랩쳐를 보고 새삼 지상이 위험하다는 걸 깨닫는다 (사진: 국민트리 촬영)

다시 AZX에 탑승해 다음 행선지로 가던 중 율리아에게 자신이 좋아하던 노래 연주를 부탁했다. 이를 들은 디젤이 자기도 그 노래를 안다면서 난데없이 청각 테러를 시작했다. 질색하던 중 갑작스레 AZX에 경고음이 울려퍼졌다. 정면에 랩쳐가 출몰했으니 좌석에 앉아 안전띠를 매라는 브리드의 안내가 흘러나왔다. 굉음과 함께 랩쳐들이 AZX에 치여 날아가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제야 노라는 더는 지상이 안전한 곳이 아닌 전쟁터라는 걸 다시 실감했다.

두 번째 목적지는 사막 한가운데였다. 니케도 버거운 뜨거운 날씨를 아랑곳하지 않고 노라는 사막을 거닐었다. 그러던 중 노라는 저 멀리 사람의 형상을 발견했다. 다른 일행은 이에 노라가 가리키는 방향을 확인했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사막에서 흔히 발생하는 신기루일거라는 말에도 노라는 그 형상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때 모래 폭풍의 전조가 보여 지휘관이 노라에게 돌아갈 것을 재촉했다.

노라는 이를 뿌리치고 '저 사람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라는 말과 함께 모래 폭풍 속으로 걸어갔다. 피하기엔 너무 늦은 상황, 일행은 생채기가 생길 정도의 모래 폭풍 속에서 노라를 감싸안아 보호했다. 다행히 모래 폭풍을 감지한 브리드가 AZX를 조종해 근처로 온 상태였고, 일행들을 무사히 구출했다. 그러나 고령의 노라는 모래 폭풍의 영향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라 의료실로 옮겨 치료를 시작했다.

그날 저녁 노라는 의료실에서 신음과 함께 정신이 돌아왔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깨어난 노라는 메어리를 알아보지 못했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했고, 다시 정신을 잃었다.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메어리가 노라를 다시 진찰했고, 뇌에 문제가 생겼다는 충격적인 말을 꺼냈다. 기억을 잃었다가 찾는 걸 반복하고, 환각 및 환청 증세가 보이는 '섬망' 증세와 비슷했다.

여행자는 마침내 집으로 돌아왔다

▲ 이때를 기점으로 노라의 스탠딩에도 변화가 생겼다 (사진: 국민트리 촬영)

갑작스런 노라의 상태에 니케들은 '여행을 지속해야 한다'와 '당장 방주로 돌아가 치료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갈렸다. 논쟁을 어쩌다 들어버린 노라는 오히려 정신적 충격을 받아 상태가 더 나빠지기 시작했다. 한번은 지휘관을 자신의 연인 '루시안'으로 착각하고, 기억을 잃었다 찾았다를 반복했다.

방주로 돌아가자는 의견을 피력하던 브리드는 노라의 상태를 보곤 여행을 지속하는 의견으로 돌아섰다. 이때 노라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노라가 과거 지상에서 살던 집 주소를 건냈다. 만약 그 장소에 간다면, 자신의 유일한 가족 루시안의 시체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덧붙였다.

다시 시간이 흘러 여행은 세 번째 목적지를 향했다. 노라가 젊은 시절 방문했던 설산으로 꼭 돌아가보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해서였다. 폐가 얼어버릴 것 같은 추위에도 노라는 지휘관보다 앞에서 설산을 올랐다. 이윽고 어느 절벽에 도착했을 때 다시 열차로 돌아가자는 디젤에게 고개를 저으며, 나의 여행은 여기까지라고 말했다.

노라의 상태는 천천히 나빠지는 중이었다. 이젠 방주로 복귀해 치료해도 나을 확률이 현저히 낮아졌다. 불행히도 그 이야기를 노라가 들었고, 설산에서 홀로 삶을 마무리할 생각을 굳혔다.

디젤은 노라에게 아직 종착역에 도착하지 않았다면서 끝까지 함께 가서 가족을 찾아주겠다는 말을 이었다. 노라는 큰 충격을 받아 말을 더듬었다. 사실 일행들은 진작에 노라를 집에 데려갈 작정이었다. 할머니의 꿈을 반드시 이뤄주겠다는 솔린과 승객이 원한다면, 안전하게 모시는 게 기관사가 할 일이라는 브리드, 아직 남은 생에 가족을 만나게 해주고 싶다는 디젤의 의견이 합치한 결과였다.

▲ 절벽에 선 노라는 인피니티 레일 스쿼드의 손을 다시 잡았다 (사진: 국민트리 촬영)

이후 노라의 상태가 갑자기 좋아지기 시작했다. 해가 지기 직전에 잠깐 하늘이 밝아진다는 '회광반조'였다. 그 모습을 지켜본 주치의 메어리는 이젠 무엇을 해도 괜찮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노라는 퍼펙트가 없는 지상의 사과를 곁들인 파티를 열자 제안했다. AZX에 탄 모든 인원이 참석한 파티는 저녁까지 이어졌다. 율리아의 연주와 어설픈 디젤의 노래, 브리드가 챙겨온 술까지 마시곤 노라는 다시 사흘간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린 노라는 집에 도착했다는 말에 비틀대는 몸을 이끌고 열차 밖으로 나섰다. 문이 열리자 많이 변한 풍경 속에 자신의 유일한 가족 루시안이 있었다. 항상 여행을 떠나던 자신을 기다리던 루시안에게 고백받았으나, 대답하지 못한 과거가 떠올랐다. 기억 속 그대로였던 루시안은 노라에게 어서 오라며 반겨줬다.

▲ 노라의 젊은 시절은 엄청난 미인이었다 (사진: 국민트리 촬영)

그런 루시안에게 노라는 울먹이며 물었다. '바보같이, 나 기다렸어?', 루시안은 당연하다는 듯이 '기다렸지. 약속했으니까'라고 답했다. 돌아오지 않는 노라를 계속 기다리며 외롭고 아팠을 루시안을 생각한 노라는 울음을 터트렸다. 루시안은 도리어 '우린 결국 만났잖아'라며 노라를 다독였다. 그리고 노라는 너무나 긴 세월 답하지 못했던 고백을 받아들였다. 환상 속 루시안은 드디어 대답을 들어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렇게 노라의 첫사랑은 끝사랑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열차에 내려 갑자기 멈춘 노라에게 솔린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이윽고 노라는 목을 놓아 울기 시작했다. 그 통곡 속엔 집에 돌아왔다는 안도감, 떠나간 가족을 향한 그리움과 원망, 미안함이 전부 들어있었다. 한참 울던 노라는 잠시 진정한 뒤 일행에게 자신의 마지막 부탁을 말했다.

여행자 노라 이곳에 잠들다

불현듯 노라는 잠에서 깨어났다. 찌뿌둥한 몸을 일으키며 기억을 더듬었다. 엄청 긴 꿈을 꾼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개꿈이라고 치부하던 찰나, 옆에서 루시안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 멋대로 남의 집에 들어오냐는 푸념에 루시안은 섭섭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오늘 결혼식을 하는 날인데 그러면 어떻하냐고 말이다. 이에 노라는 눈을 깜박이다 부리나케 일어나 준비를 서둘렀다.

부랴부랴 움직여 메이크업을 받으러 찾아간 곳엔 메어리가 노라를 반겨줬다. 의사인 메어리가 능숙하게 해준 메이크업에 루시안은 다시 반할 것 같다는 콩깍지 대사를 남발했다. 열차 시간에 늦겠다며 서두르는 사이, 새삼 오늘을 위해 솔린이 AZX를 통째로 빌려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AZX에 도착하니 브리드와 솔린, 디젤이 반겼다. AZX 앞에 거대한 플랜 카드까지 걸어놓은 치밀함에 노라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러는 사이 도착한 결혼식장은 온통 꽃이 가득한 곳이었다. 주례를 선 지휘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동요를 연주하는 율리아, 축하를 건네는 시그널과 네로가 자리잡았다. 너무나 행복한 결혼식이었다. 노라는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건넸고, 잠시 후 울음 섞인 디젤의 답이 돌아왔다.

▲ 노라는 결혼식장처럼 꾸민 침대에서 숨을 거뒀다 (사진: 국민트리 촬영)

설령 꿈, 환상일지라도 노라는 행복했다. 소중한 이들이 자신의 부탁을 들어줬고, 이렇게 자신을 걱정해줘 그저 기쁜 마음 뿐이었다. 산소호흡기를 매단채 노라는 솔린에게 사과했다. 목숨을 바쳐 지상에 나가는 니케에게 '쉽게 지상을 다니니 부럽다'라고 말한 사실에 대한 사과였다. 힘없는 노라의 말에 솔린은 괜찮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인생 최고의 여행이었다며, 모두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곤 노라는 잠에 들기 시작했다. 먼저 가서 루시안과 기다리겠다는 말과 함께 노라의 손이 축 늘어졌고, 심박수 측정기엔 긴 소리가 이어졌다.

새하얀 베일로 꾸민 침대에서 노라는 생을 마감했다. 지켜보던 솔린은 참았던 울음을 토해냈다. 곁에서 디젤이 함께 눈물을 흘리며, 솔린을 다독였다. 브리드는 애써 울음을 삼키면서 마지막까지 모실 수 있어 영광이었다는 말을 허공에 뱉었다.

일행은 노라의 부탁대로 무덤 2개를 준비했다. 하나는 일기장의 주인, 그리고 하나는 노라의 무덤이었다. 자신의 상태를 깨닫고, 지상의 여행을 담은 일기장이었다. 그렇게 고향에 돌아온 여행자는 종착역에서 가족의 곁으로 돌아갔다. 임무를 마친 AZX는 다시 방주로 돌아갔다. 그런 그들을 배웅하듯 지나가는 풍경마다 노라와 루시안의 모습이 어른거렸다.

마지막으로 AZX를 반긴건 분홍 꽃잎이 흩날리는 평화로운 지상이었다. 마지막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여행자에게 부디 평안한 안식을 누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