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불러오기] '헬다이버즈 2' 민주주의 배달부의 근무 기록

/ 1

오늘의 '스팀 불러오기'는 '헬다이버즈' 시리즈와 함께합니다. 미래의 지구 '슈퍼지구'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전파하는 전사 헬다이버들의 이야기를 다루죠. 오늘은 2번째 타이틀 '헬다이버즈 2'의 기록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민주주의 투사들의 시작은 영광스러웠고, 발걸음은 지금도 찬란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수차례 악독한 적이 나타났지만, 연이어 격파에 성공했죠. 그 일대기를 본문에 정리했습니다.

민주주의 배달 왔습니다

▲ 민주주의여! (영상 출처: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유튜브)

과거 90년대를 풍미한 SF 영화 '스타십 트루퍼스'를 아시나요? 같은 이름의 원작 소설을 토대로 만든 작품입니다. 외계인을 무찌르는 내용인데, 작품 속 B급 감성의 선전 영상이 큰 인기를 끌었죠. 2025년에도 패러디가 만들어질 정도입니다. 오늘 살펴볼 헬다이버즈 2는 이 작품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영화 속 선전 영상도 잘 살렸죠. 그러니 인트로 시네마틱은 게임을 안 하더라도 꼭 감상하는 걸 추천합니다.

플레이어는 먼 미래의 지구인 슈퍼지구에 소속한 정예 병사 헬다이버입니다. 은하의 모든 종족에게 민주주의를 전파하는 것이 목표죠. 좋게 포장해서 그렇지 사실 본질은 침략 전쟁입니다. '민주주의 배달왔다!' 밈의 우주 전쟁 버전인 거죠.

헬다이버즈 시리즈를 만든 Arrowhead 스튜디오는 매니악한 인디게임 개발사였습니다. 그러다 '소니'와 손을 잡고 시리즈의 첫 번째 타이틀 헬다이버즈를 2015년 3월 플레이 스테이션 기종으로 선보였죠. 1편은 콘솔 게이머 사이에서 그럭저럭 입소문을 타긴 했으나 AAA급 게임 정도의 조명을 받진 못했습니다. 2015년 12월 스팀에서 판매를 시작했는데, 동접자수 1만 명대에 그쳤거든요.

그러던 중 2024년 2월 8일, Arrorhead는 헬다이버즈 2를 출시했습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소니의 지원을 받은 '퍼스트 파티' 게임으로 만들어졌죠. 시점을 탑 뷰에서 3인칭으로 바꿨고, 액션을 다채롭게 했습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B급 감성을 듬뿍 담은 홍보를 이어갔죠.

그래도 생각보다 유저를 많이 끌어들이진 못했습니다. 출시일 기준 6만 4,183명의 헬다이버만 모였죠. 그러나 슈퍼지구의 '통제된 민주주의' 배달은 천천히, 동시에 물밑에서 치밀하게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알음알음 대중적인 인지도를 넓혀가기 시작했거든요.

우상향 그래프로 상승한 동접자수 (자료 출처: 스팀 DB)
▲ 우상향 그래프로 상승한 동접자수 (자료 출처: 스팀 DB)

본격적으로 팬을 끌어모은 원동력은 블랙 코미디 풍의 현실 풍자 요소였습니다. 시리즈 주요 고객인 서양권 게이머들에게 크게 작용했죠. 작중에서 내건 슬로건은 '통제된 민주주의 슬로건'인데, 벌써부터 뭔가 이상하죠? 실제 유저가 소속한 슈퍼지구의 행보는 '제국주의 + 파시즘'입니다. 민주주의가 강세인 서양 유저들은 이를 재미있는 설정으로 받아들였죠. '사실 정부가 모든 걸 통제하고 있다', '그림자 정부가 있다'라는 음모론이 인기있는 이유와 같을 겁니다.

이런 설정 외에도 준수한 배경 음악과 몰입감 높은 플레이가 인기에 불을 붙였습니다. 동접자수는 하루 만에 9만 1,149명, 출시 주말엔 14만 4,392명, 일주일 뒤 19만 5,916명, 2번째 주말엔 33만 3,827명으로 엄청나게 불어났죠. 그리고 시간이 흘러 2월 24일, 헬다이버즈 2는 3주 만에 최고 동접자 45만 8,709명을 달성합니다.

게임 판매량도 굉장했습니다. 출시 3일 차에 PS5·스팀 합산 100만 장, 2주 이내에 300만 장 돌파, 1개월째인 3월 초 450만 장을 기록했죠. 참고로 전작인 헬다이버즈 1이 9년 동안 400만 장을 팔았습니다. 그야말로 일취월장한 셈이죠.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헬다이버즈 2는 출시 12주 차에 무려 누적 판매량 1,200만 장이란 대기록을 세웠거든요. 동시에 소니 퍼스트 파티 게임 역사상 가장 빠르게 팔린 작품으로 이름을 남겼습니다. 이런 헬다이버들의 활약으로 전 은하에 민주주의가 순조롭게 전파되고 있었습니다. 아, 내부의 적이 나타나기 전까지 말이죠.

내부의 적 PSN

행성 강하 중인 헬다이버를 보는 듯한 그래프 (자료 출처: 스팀 게임 페이지)
▲ 행성 강하 중인 헬다이버를 보는 듯한 그래프 (자료 출처: 스팀 게임 페이지)

쾌진격이 한창이던 2024년 5월 3일, 잘 나가던 헬다이버들을 역대 최악의 적 'PSN 강제 연동'이 가로막았습니다. 난데없이 퍼블리셔 소니의 결정으로 PSN 계정 연동이 강제되며, 따르지 않을 경우 게임을 할 수 없다는 공지가 올라왔죠.

당연히 수많은 헬다이버들이 반발했습니다. 특히 PC로만 즐기는 헬다이버들은 '내가 왜 있지도 않은 PSN 계정을 만들어 개인 정보 유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느냐?'라고 주장했죠. 소니는 2~3년 간격으로 개인 정보 유출이 이어졌고, 게이머들 사이에서 신뢰를 잃어버린 상태였으니 이해가 됩니다.

PSN을 특정 69개국만 지원한 점도 마이너스였습니다. 약 121개국 헬다이버들은 난데없이 접속이 막히고 말았죠. 내 돈 주고 산 게임을 할 수 없다는데, 가만히 있을 게이머가 있을까요? 분노한 게이머들은 지체 없이 행동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결정 단 하루만인 5월 4일, 스팀 평가는 매우 긍정적에서 압도적으로 부정적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게임 이름처럼 지옥으로 뛰어들었네요. 첫날 10만 개 이상, 2일 차엔 합계 20만 개가 넘는 부정적 리뷰가 달렸습니다. 스팀 게임 페이지에서 빨간 선은 지하를 뚫을 기세로 내려갔죠. 동접자도 순식간에 10만 명의 바닥이 깨져 9만, 8만으로 감소했습니다. 여기에 당시 디스코드 매니저의 망언 이슈가 기름을 부었습니다.

그렇게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았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망언을 한 매니저는 바로 조치되었으나,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죠. 소니의 강행 의지에 헬다이버들은 '환불 시위'까지 벌이는 등 강대강 구도가 이어졌습니다.

부정 그래프를 넣은 망토를 '자유의 기둥'이라는 이름으로 배포 (사진 출처: 헬다이버즈 2 공식 X)
▲ 부정 그래프를 넣은 망토를 '자유의 기둥'이라는 이름으로 배포 (사진 출처: 헬다이버즈 2 공식 X)

이후 5월 6일, 소니가 백기를 듭니다. 의무 연동 업데이트를 철회하겠다고 발표했죠. 이 소식 하나만으로 스팀 평가에 긍정의 파란 막대기가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압도적으로 부정적에서 대체로 긍정적으로 회복했죠. 유저들은 다시 게임에 접속해 밀렸던 전선을 밀어버렸고, 아직 게임에 애정이 있다는 걸 알린 건 덤입니다.

개발사는 이를 기념(?)해 부정 그래프가 새겨진 '자유의 기둥' 망토를 6월 말 배포했습니다. PSN 사태의 종식이 다가왔을 무렵, 한 헬다이버가 '이 그래프 넣은 망토 만들어주면 인정'이란 메시지를 보내자 '거래 성립이다(Deal!)'로 답변한 게 시작이었다고 하네요.

위 내용만 보면, 헬다이버즈 2에 평온이 찾아온 듯싶지만, 동접자 수는 상당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게임 접속을 막았을 때 학을 뗀 헬다이버들이 영원히 떠나버린 거죠. 5월 3일 발표 이전엔 12만이었는데, 2024년 12월 9일 신규 콘텐츠 업데이트까지도 10만 명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2024년 9월 10일에는 1만 5,636명까지 줄어들기도 했었죠.

PSN 사태로 급격하게 줄어든 동접자 수 (자료 출처: 스팀 DB)
▲ PSN 사태로 급격하게 줄어든 동접자 수 (자료 출처: 스팀 DB)

일루미닛의 역습에 모여든 헬다이버들

▲ 절대 용서 못 한다 이 악독한 오징어 놈들! (영상 출처: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유튜브)

헬다이버즈 1에는 오징어를 닮은 외계 종족 '일루미닛'이 있었습니다. 당시 슈퍼지구는 이들이 지닌 '대량 살상 무기'를 먼저 확보하겠다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토벌했었죠. 그 이면엔 통제된 민주주의 전파를 위한 '초광속 성간이동' 기술을 얻으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착한 헬다이버는 알 수 없는 어른의 사정이었죠. 아무튼 전쟁에서 패배한 일루미닛은 조약을 맺은 후 은하 밖으로 모습을 감췄고, 그렇게 10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일루미닛이 평등한 조약을 맺어준 은혜를 모르고 슈퍼지구를 침략합니다. 무고한 시민들을 좀비로 개조해서 말이죠! 배은망덕한 오징어들에 분노한 헬다이버들은 소집령을 빙자한 업데이트 소식에 다시 모였습니다. 처음 오징어들이 나타난 '폭정의 징조'엔 15만 169명, 슈퍼지구 방어전을 시작한 '민주주의의 심장' 당시 16만 3,581명이 돌아왔습니다. 이를 유지했으면 좋았으련만, 구조적인 문제가 여전히 말썽을 피우고 있었죠. 5월 19일 민주주의의 심장 적용 후 서버 장애가 심각했고, 일부 업데이트가 내부 QA 문제로 연기되면서 헬다이버들이 대거 이탈해 버렸습니다. 뭔가 될 만하면, 일이 계속 터지는군요.

두 번의 콘텐츠 업데이트로 10만 명 선을 회복했으나, 이내 다시 하락 (자료 출처: 스팀 DB)
▲ 두 번의 콘텐츠 업데이트로 10만 명 선을 회복했으나, 이내 다시 하락 (자료 출처: 스팀 DB)

이런 상황에서 개발사는 9월 대규모 업데이트를 예고했으나, 돌아선 마음을 잡기엔 부족했습니다. 그나마 최저치였던 1만 명 대까지 감소하진 않았으나, 10만 명 회복이 이어지지 않은 게 아쉬울 따름이죠. 이제 남은 건 9월 업데이트와 '이슈 처리를 얼마나 잘하느냐'입니다. 이를 통해 분위기를 반전할지, 아니면 지하에서 더 나아가 맨틀까지 도달할지는 향후 행보에 달렸죠. 헬다이버즈 2의 미래는 어떤 색으로 칠해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박제성 기자 게임은 최고의 문화다! 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기자. 장르를 가리지 않고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라면 빠르게 뛰어가 취재하겠습니다.
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