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 밀.게.요] 게이머에서 세포마켓 사장님이 된 그녀만의 이야기는?
밀레니얼 세대 트렌드 ‘세포마켓’
▲ 청년 실업률 증가, 힘든 상황입니다 (출처 : 통계청)
요즘 대한민국 청년들은 추운 날씨만큼 차가운 현실과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 스펙을 쌓아도 좀처럼 취업이 되지 않고 있죠. 어렵사리 취업에 성공해도, 업무의 벽은 높기만 합니다. 이러한 상황들로 인해 1인 창업 ‘세포마켓’이 2019년의 소비 트랜드로 꼽혔죠.
밀레니얼 세대에게 ‘세포마켓’은 핫한 문화입니다. 이는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와 같은 개인 SNS 계정으로 자신이 직접 제작한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것을 뜻합니다. 복잡한 유통 과정을 1인 판매로 간소화한 게 ‘세포’와 비슷하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트렌드죠. 세포마켓은 단순히 온라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백화점 같은 기존 오프라인 매장의 러브콜을 받아 편집숍, 팝업스토어 매장 등의 형태로 오픈하기도 합니다.
▲ 매년 상승하고 있는 온라인, 모바일 쇼핑 거래액 (출처 : 통계청)
최근 1인 크리에이터 등을 앞세워 상품 판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세포마켓은 누구나 쉽게 성공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닙니다. 끊임 없이 소비자들의 욕구를 파악해야 하고, 흐름에 뒤쳐지지 않아야 하는 센스가 필요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의류, 전자, 식품에 이르기까지 세포마켓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다만, 게임 쪽에서는 세포마켓 사례가 드물죠.
이런 상황에서 게임계 세포마켓의 사장님으로 활동하고 있는 밀레니얼 게이머가 있다고 해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주인공은 ‘마비노기 영웅전(이하 마영전)’을 플레이하고 있으며, 게임 속 캐릭터와 스토리에서 영감과 자극을 받아 세포마켓 창업을 결정했다는데요.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도달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그림 그리는 로봇, ‘그렘린’과 만나 세포마켓 창업
인터뷰이는 홍대 미대생으로 소위 잘나가는 재원이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안정적인 수입을 벌기도 했죠.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을 정리하고 세포마켓 사장님으로 활동 중입니다. 더불어 ‘아레키’라는 닉네임으로 maXma팀을 이끌고 있죠.
그녀는 마영전을 소재로한 다양한 굿즈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온, 오프라인 상으로 판매까지 하고 있죠. 참고로 마영전은 2010년 출시한 게임으로, 당시 방대한 스토리와 시선을 사로잡는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하이퀄리티 액션을 앞세워 이슈를 만든 바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 게임이 인터뷰이의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온 계기가 되었다는 거죠.
“저는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큰 고민 없이 전공부터 직업까지 같은 계열로 선택했죠. 심지어 취미도요. 뻔하고 심심한 직장인 이야기죠.
그러던 중 제 인생에 ‘마영전’이란 게임이 들어왔습니다. 게임 속 캐릭터 ‘그렘린’이 시작이었죠. 그 귀여운 모습에 빠져 어느새 100레벨을 달성했고, 제 장기이자 취미인 그림으로 캐릭터를 재해석하는 즐거움을 누렸습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마영전은 그냥 ‘게임’일 뿐이었어요. 잠시 시간을 내서 즐기는 정도?
그런데 몇년 전, 회사 생활이 힘들어지자 저에게 변곡점이 찾아왔습니다. 직장 상사와의 트러블, 회사에 희생하는 자신을 보며 제 자신이 ‘기계로 이루어진 스케치북’이라고 느껴졌어요. 회의감이 들더군요. 이러려고 그림을 그리는 건 아닌데 말이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용기를 내 창업을 결심했고,’마영전’을 함께하는 친구와 일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취업난이다 뭐다 말들이 많았고,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지만 ‘그림 그리는 기계’가 되는 것이 너무 싫었어요.
어떤 일을 할까 친구와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먼저 저의 취미이자 특기를 살려보기로 했어요. 그림 말이죠. 여기에 꾸준히 즐기던 마영전이 떠올랐습니다. 마영전 캐릭터를 이용해 무언가를 하는 게 자신있었거든요. 이런 과정을 통해 결정한 건 유저 입장에서 느낀 감성을 살린 굿즈 제작이었습니다.
초창기엔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힘들었죠. 그래도 결과적으로 지금은 ‘아티스트겸 사장’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아요.”
▲ 사장님의 굿즈 제작 과정 중 한 컷
탄탄한 ‘매니아층’ 여부가 세포마켓 성패의 열쇠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인터뷰이는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습니다. 어려웠지만, 그때 직접 체험한 점들이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현재 아레키님이 세포마켓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게 된 노하우는 무엇일까요? 궁금해졌습니다.
질문을 던지자 가장 먼저 ‘대상 선정과 주요 고객 분석’ 단계가 중요하다는 답이 나왔습니다. 인터뷰이 본인의 경우 굿즈 제작 대상을 게임으로 선정했는데, 게임에 충성도 높은 지지층의 존재를 먼저 살폈다고 덧붙였죠. 마영전은 캐릭터 이슈가 많고, 의상과 펫, 스타일을 중시하는 매니아들이 다수 분포되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따라서, 인터뷰이도 이런 특색을 살리기 위해 많은 게임 가운데 마영전을 선택했다고 하네요.
“저는 마영전이 세포마켓에 특화된, 특별한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게임에 흔히 ‘룩덕’이라고 표현하는 매니아층이 탄탄해요. 이런 분들은 디테일하게 구현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 매력을 느끼죠. 그리고 캐릭터 외형, 의류, 펫 등에도 관심이 많죠.
공식 사이트나 공식 팬카페에도 스타일링 관련 게시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어요. 더불어 캐릭터 관련 팬아트와 카툰, 소설 등 충성도 높은 매니아층이 두텁게 분포되어 있죠. 물론, 타격감이 좋아 게임을 하시는 분들도 많지만요.
최근에는 신규 캐릭터 ‘미울’이 이슈더군요. 타격감이 훌륭해 신규 유저 유입이 많이 되었다는데요. 플레이어가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캐릭터성을 살린 제 굿즈에도 관심이 늘어나죠.
그리고 여성 유저가 많은 것도 한 몫을 하는 것 같아요. 타 게임에 비해 꾸미는 부분, 아기자기한 부분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귀걸이, 손거울, 에코백 등의 굿즈의 주문량이 많답니다.
▲ 마영전 신규 캐릭터 ‘미울’ 플레이 영상 (출처 : 마영전 유튜브 공식 채널)
▲ 마영전 고퀄리티 캐릭터 (출처 : 마영전 공식사이트)
▲ 마영전 유저들의 핫 이슈, 직접 제작하는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출처 : 마영전 공식사이트)
그리고 제가 실제 마영전을 플레이하는 유저다 보니 스토리, 게임 내에서의 핫한 소재, 캐릭터 포인트를 잘 살려서 상품을 제작할 수 있어요. 단순히 예쁘고 귀엽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니까요.
예들 들어 ‘피깃’같은 경우는 죽었을 때 부활할 수 있는 아이템인데, 게임 내에서 피깃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많아요. 피깃으로 살려달라고 외치는데 농락하고 가는 유저, 거래를 제시하는 유저 등 정말 ‘꿀잼’이죠. 공식 커뮤니티만 가도 피깃 관련 썰들이 무성하답니다.
일을 하면서도 여전히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유는 유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유쾌한 스토리들을 생생하게 담고 싶어서에요. 실제로 소비자 분들이 훨씬 좋아하시고요. 피깃은 완판을 기록한 ‘잇템’이랍니다. 아, 물론 게임 자체가 재미있으니까 하는 점도 빼놓을 수 없죠.”
▲ 덕통사고 유발! 세젤귀 ‘그렘린’ 인정합니다 (출처 : 마영전 공식사이트 스크린샷 게시판)
▲ 실제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제작할 수 없는 상품들
직접 소통하는 오프라인 행사 ‘네코제’ 활용도 중요
덧붙여 아레키는 마영전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바로 넥슨 주최로 열리는 ‘네코제’ 행사인데요. 게임 IP를 활용해 2차 창작물을 전시 및 판매하게 해주는 공식적인 행사는 넥슨의 ‘네코제’가 대표적입니다. 규모 역시 매우 커 행사가 열리면 넥슨 게이머들의 시선이 쏠리는 핫플레이스죠.
“영향력 있는 세포마켓의 경우 백화점, 아울렛과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팝업스토어, 편집숍 형태로 콜라보를 하자고 요청이 옵니다. 이에 착안해서 저도 오프라인 매장에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네코제’를 접하게 되었죠. 첫 참가 후 지금까지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큰 도움이 되었어요. 제 블로그를 보고 직접 네코제로 찾아와 응원해 주시거나, 간식을 주고 가시는 분들도 있고 벌써 4년 동안 꾸준하게 방문해 주시는 단골손님도 생겼어요. 소비자분들이 제가 이 일을 하는 데 큰 힘이 되죠. 일방적으로 만들고 판매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또 다른 소통의 창구로서 긍정적인 것 같아요. 또, 입소문도 탈 수 있어 자연스럽게 마케팅에도 효과적이고요.
한 가지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저번에 마영전 실제 유저분들끼리 네코제에서 정모를 했나봐요. 제 부스를 찾아와서 피깃을 구입하시더니 서로 가방에 몰래 붙이고 노는 것도 봤어요. 유저들끼리 서로 소통도 하면서 제 굿즈도 자연스럽게 홍보도 되고, 어떤 상품이 잘 나가는지 바로 바로 피드백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그리고 네코제는 넥슨 게임의 IP를 활용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게 허락해줘요. 이 점이 저에게는 큰 메리트로 다가왔죠. 하지만, 이 역시 엄밀하게는 ‘저작권’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네코제를 제외한 다른 상업 활동을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정확하게 알아보고 하세요. 저의 인터뷰를 보고 세포마켓에 관심이 가는 분들은 잊지 마세요. 철저한 사전 조사는 필수입니다.”
▲ 네코제에서 소비자들과 얼굴을 맞대고 직접 반응을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출처 : 게임메카)
▲ 마영전 인싸 굿즈, ‘피깃’과 머그컵 등 아레키의 실제 네코제 부스
지금은 시작 단계지만, 세포마켓 시장은 점점 커진다
“세포마켓은 거창한 게 아니에요. 나도 할 수 있고, 너도 할 수 있는 간단한 개념이에요. 다만 친구랑 일상, 근황 공유하는 것처럼 꼼꼼하게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죠. 획일적인 다른 오프라인 매장과는 다르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을 한껏 살리는 거에요.
▲ 유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상품 제작이 들어갔으면, 들어갔다고 게시글을 올려 구매자들에게 ‘내가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일을 처리하고 있다’를 은연중에 어필할 수 있어요. 세포마켓은 이 점이 포인트에요. 이제는 소비자들의 안목도 상당히 높기 때문에 기성 세대가 했던 일률적인 방식으로는 그들을 사로잡을 수 없어요. 저 역시 그렇게 하는 건 재미가 없고요.
또, 수익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지극히 사적인 부분이라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밥 벌어 먹고 살 정도는 된다’라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네코제 일정으로 한창 바쁠 때는 고사리 손이라도 빌려야 할 만큼 수량이 많이 들어와요. 아직 저도 걸음마 단계고, 여전히 배워가는 터라 매출이 많지는 않아요. 그래도 전망을 보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추가로 블로그 자체가 저의 매장이기 때문에 매장비는 ‘0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에게 마영전 세포마켓은 일상 속에서 게임하고, 취미 활동하고, 수입까지 벌 수 있는 완벽한 구조라고 생각해요.”
▲ 네코제 행사를 앞두면 눈 코 뜰새 없이 바쁩니다
요즘은 천편일률적으로 공장에서 찍어내는 똑같은 상품이 아닌, 금액은 조금 비싸더라도 판매자만의 독특한 감성을 담은 상품들이 인기입니다. 이것이 바로 세포마켓이 뜨는 이유죠.
또한, 세포마켓의 다른 장점은 오프라인에서 판매를 하는 것보다 투자 금액이 훨씬 적기 때문에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에게도 좋습니다. 20-30대의 밀레니얼 세대에서 특히 그 인기는 두드러지죠. 초기 자본금 없이 즐기면서 시작할 수 있기에 진입 장벽이 낮아 열정과 관심이 충분하다면 도전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세포마켓에 도전해 보세요
필자는 프로페셔널함과 디테일함까지 모두 갖춘 인터뷰이의 열정이 영하의 겨울임에도 뜨겁게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인터뷰이의 굿즈를 구경했는데, 아마추어의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퀄리티의 작품이었습니다.
퀄리티 뿐만 아니라 중간 유통 과정이 생략되어 있어 챙길 수 있는 순수익도 전통적인 유통 구조와 비교했을 때 상당한 금액이라더군요. 이제는 당당한 1인 마켓 사장님으로 자리한 인터뷰이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마지막 한마디를 남겼습니다.
“아직 게임 분야에서 세포마켓 사업이 생소하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동 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는 말처럼 열정을 가지고 저처럼 과감하게 도전해 보세요. 앞뒤 꽉 막힌 직장 상사말고, 귀요미 ‘뀨렘린’과 함께 일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의 도전을 응원합니다!”
▲ 아레키는 여러분의 세포마켓 도전을 응원합니다
코너 속의 코너, ANOTHER SAY
‘ANOTHER SAY’는 사정상 인터뷰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인터뷰이와 같은 게임을 즐긴 분들의 이야기를 남긴 코너입니다. 하고 싶은 말, 추억, 고백, 친구 찾기 등 자유롭게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참고로 다음 주 대상 게임은 ‘크레이지 아케이드’입니다. 해당 게임에 얽힌 이야기가 있으면 댓글이나 메일로 남겨주세요. 선정을 통해 기사 본문에 소개토록 하겠습니다.
= 마영전 이번에 신캐 나왔다던데 ㅋㅋㅋ 복귀각인가요
= 마영전 시즌 1 엔딩은 지금 생각해도 눈물나네. 아무도 주인공, 티이, 카딘 기억 못할 때 맴찢. 마영전은 캐릭도 예쁜데 스토리가 진짜 퀄리티 높다. 본격 고퀄리티 스토리 MMORPG
= 연어 인생 거의 8년차다. 매일 접속하진 않지만 그래도 항상 종종 마영전이 생각나는 이유는 스토리의 여운과 옛날 유저들 북적이던 때의 추억이 아닐까 싶다.
= 요새도 마영전 모닥불에 사람들 많나요? 수다 떨고 춤추던 때가 있었는데…
= 해외엔 WOW, 국내엔 마영전이 대표적인 ‘연어 RPG’!
인터뷰이를 찾습니다
국민트리의 ‘메카 밀.게.요’ 코너에서는 인터뷰이를 찾고 있습니다.
– 한 캐릭터만 수 십개 육성하는 ‘특정 직업 집착자’
– 남들이 사냥할때 ‘저곳엔 뭐가 있을까?’하고 다른 거에 몰두하는 ‘괴짜’
– 전직하지 않고 기초 직업으로 만레벨을 달성한 ‘귀차니스트’
– 게임을 소재로 2차 창작 활동을 하는 ‘작업가’
– 색다른 시각으로 게임을 분석하는 ‘몽상가’
이외에도 다양한 분들을 모시고 있으니, 댓글과 메일을 통해 제보와 참여를 부탁합니다.
– e메일: nike4157@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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