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플리퍼] 스토리보드 – 용사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개그 토끼였어
최근 '월드 플리퍼'는 광채의 마천루 업데이트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에 스토리보드도 바렛타나 마천루 스토리를 정리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했는데, 이야기가 상, 하편 분단 구성인 건 계산 밖이었다. 그 이야기는 추후 하편 업데이트 후 진행하도록 하겠다.
그런고로 이번 시간은 원래 목표와 다른 캐릭터를 선정했다. 바로 아르크 파티의 지휘관 '라이트'다. 마왕의 저주를 받아 하루아침에 빛의 용사에서 마스코트가 됐고, 동료들의 멘탈 케어와 성장에 기여하면서 동시에 개그 캐릭터까지 소화하는 명배우다. 국내 미공개 스토리 스포일러는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오늘은 사이드 스토리의 활약 위주로 다룰 예정이다.
오늘의 키퍼슨
라이트는 월드 플리퍼를 시작하는 유저가 가장 먼저 조작할 수 있는 캐릭터다.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튜토리얼에서 처음 등장하며, 이때 멋진 갑옷과 망토로 무장한 기사 모습을 하고 있다. 당시 직함은 '빛의 용사'로, 메인 스토리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다.
전투력은 여러 캐릭터의 스토리 연출과 비교해 보아도 압도적이다. 마왕성에 혈혈단신으로 멋지게 돌진하면서, 덤벼오는 적들은 속도를 늦추지도 않고 슥슥 그어 쓸어버린다. 그리고 뒤늦게 찾아온 동료 두 명과 힘을 합쳐 마왕을 한 번 쓰러트리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활약은 여기까지, 마왕은 저주를 걸어 라이트를 마스코트로 만들고 이세계로 날려보낸다. 그렇게 날려진 라이트가 별을 보는 마을에 도착해 아르크와 스텔라를 만나는 것으로 본편이 막을 올린다.
성격은 모범적인 질서 속성 용사형이지만, 알고 보면 무척 유연한 사고의 소유자다. 생판 처음 떨어진 이세계에서 낯선 일을 겪는데도 어찌어찌 적응하고, 상식을 갱신하면서 헤쳐나간다. 막 모험을 시작한 1장과 해적과 협업하게 된 3장이 대표적이다. 아르크 일행 중 가장 베테랑인 점도 중요하다. 비록 싸울 수는 없지만 아르크에게 검술을 가르치고, 적절한 조언과 지시로 파티를 이끄는 지휘관 역할이다.
왜 나 라이트는 햄보칼 수가 없어!
메인 스토리 6장까지는 크게 부각되지 않지만, 라이트는 작중 등장인물 중 손에 꼽히게 기구한 인생을 겪는 인물이다. 빛의 용사라는 거창한 칭호를 갖고 있으나 마왕 토벌은 결과적으로 실패, 본인은 저주에 걸려 이세계를 떠도는 신세다. 심지어 진짜 용사가 아닐 수도 있다는 떡밥이 있다.
이후 아르크 일행과 함께 원래 세계로 돌아와서 팔자가 풀리냐면 그것도 아니다. 시간의 흐름이 달랐던 것인지, 그가 지켜야 했던 왕국은 50년 전에 멸망했고 동료와 왕, 공주들은 사망했다. 또한, 왕국민들은 소규모 레지스탕스로 뭉쳐 엄동설한 속에서 떠도는 중이다. 여기에 외모 때문에 용사 취급받지 못하거나, 그동안 어디서 뭘 하다가 이제서야 나타냤나는 폭언을 듣기도 한다.
메인 스토리 7장은 라이트의 고향 세계를 다루고, 해외 서버의 정보에 의하면 마왕도 다시 전면에 등장한다. 앞으로 얼마나 심신 양면을 고생하게 될지 벌써부터 눈앞이 캄캄하다.
안 그래도 힘든데, 이런 방법으로 굴려야 해!?
사실 용사가 아니라 개그 캐릭터지?
라이트가 그나마 행복할 곳이 있다면 이벤트나 서브 스토리 또는 게임 바깥이다. 자세한 사정이야 어쨌든 외모는 귀여운 마스코트이며, 전직 용사인 점이 놀리기 좋다고 생각했는지 온갖 개그 신에서 절찬리 활약 중이다.
소화하는 배역도 각양각색이다. 네프팀의 놀이 상대나 후술할 별명으로 놀림당하는 건 기본이다. 나름 유연하긴 하나 상식과 이세계 이치의 갭 때문에 문화 쇼크를 받는 일도 잦다. 하필 일행의 절반이 기억상실증이고, 그나마 상식인인 시로는 공감은커녕 반쯤 '에라 모르겠다' 태도다. 이러니 망가지는 이미지가 라이트에게 몰릴 수밖에 없다.
토끼 밈도 굉장히 자주 언급된다. 물을 마시는 장면에서 오버랩되거나 뇌폐룡의 번개에 온몸의 털이 정전기를 일으키는 장면, 위기에 처하자 '나는 토끼다'라고 필사적인 궤변을 펼치는 것이 대표적이다.
위험한 사람을 부르는 페로몬이 있는 것 같아
소년만화와 용사물 주인공의 기본 소양은 가는 곳마다 이성에게 플래그를 꽂는 마성의 페로몬이다. 실제로 아르크 일행은 당사자의 의사와 취향은 차치하고 여성들의 열렬한 구애를 받는다. 아르크와 시우에, 시로와 소비(국내 미등장)가 대표적이다. 당연히 라이트도 마성의 페로몬을 갖고 있다. 유연하고 사려 깊은 성격에 저주를 받은 후 귀여운 외모까지 더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버리자. 라이트 주변에 모이는 건 하나같이 위험천만한 이성뿐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암누나 '베르세티아'다. 과거 인류를 배신하고 마왕의 편에 붙은 전적이 있으며, 용사 시절 라이트와 혈투를 벌이기도 했다. 당시 그녀는 자신이 죽었다고 오인하게 만들어 자리를 피했고, 오랜만에 만난 지금도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주로 아르크와 스텔라에 관한 일인데, 이에 대해서는 그녀를 다룬 밈장장이 기사를 확인하길 바란다.
다른 여성들은 객관적인 위험도가 베르세티아보다 낮을 뿐, 위험하긴 매한가지다. 3장 세계에서는 비를 피하러 연구소에 들어갔다가 매드 사이언티스트 '루나르'에게 붙잡혀 해부당할 뻔했다. 이때 상황이 재미있는데, 루나르는 아르크 일행이 이세계인임을 알고 따라가려 한다. 그리고 인간에서 들짐승이 된 라이트를 무척 흥미로워하며 불순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이에 라이트는 '나는 평범한 토끼다'라고 우기며 인간의 존엄성을 내던진다. 이걸 베르세티아가 봤어야 하는데 아쉽다.
다음은 멀티 배틀 보스 픽업 이벤트의 배포 캐릭터 '쿼처'다. 중성적인 분위기가 강해 알아보지 못하는 유저가 많다만 엄연히 여성이다. 그녀는 무역선을 이끄는 상인으로, 귀여운 것을 너무 좋아해 수집하는 취미가 있다. 문제는 그 대상에 라이트가 포함되며, 별을 보는 마을의 후원자가 되는 조건으로 라이트가 주기적으로 자신을 찾아오는 계약을 맺는다. 그리고 이 무시무시한 계약의 전모는...! 스크롤 관계상 남길 수 없으니 직접 확인해 보시라.
이 용사, 딸 바보 기질이 다분하다
또 다른 의외의 면모라면 딸 바보 기질을 꼽을 수 있다. 관련 별명이 '아빠'인데, 주로 시로나 주변 인물들이 사용한다. 원인은 라이트의 과보호 기질이다. 용사 시절의 타인을 이끌고 보살피던 성격이 남았는지, 주로 아름이나 네프팀 같은 어린아이들을 보면 과보호하곤 한다.
하지만, 조막만 한 토끼가 하는 말이 잘 먹힐 리 없다. 마족의 병기로 훈련받다가 합류한 아름이 대표적으로, 라이트는 그녀가 싸우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아름은 교육 탓에 싸움에 대한 거부감이 딱히 없고, 라이트는 약하면서 참견이 많다고 놀린다. 오히려 자신은 강하니 언니인 아리와 라이트를 모두 지켜주겠다며, 손에 넣은 힘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열심히 단련한다. 이에 반쯤 체념한 듯한 라이트는 덤이다.
네프팀은 그래도 잘 따라준다. 공놀이를 워낙 좋아해 라이트가 함께 놀아주는데, 다들 알다시피 어린이들의 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 어린이가 봉인에서 깨어난 고대병기라면 말할 것도 없다. 토끼가 되면서 운동 능력과 스태미나가 대폭 감소한 라이트는 네프팀이 만족하기 전에 지쳐 쓰러져 버린다. 아르크에게는 '라이트 아버지는 지쳤으니 이제 그만', 네프팀에게는 '미안해? 아버지'라는 말을 듣는다. 물론, 라이트는 이번에도 크게 좌절하고 만다.
좌절감이 토끼, 아니 용사를 키우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라이트의 서사에는 일관적으로 묘사하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저주를 받아 무력해진 육체'다. 실제로 라이트가 겪는 문제와 고민의 절대다수는 변이 후 급감한 전투력에 기인한다. 과거야 어쨌든 지금은 아르크의 머리에 올라타 조언을 하는 라따뚜이 신세고, 일행이 위험에 빠져도 달리 손을 쓸 방법이 없다.
라이트가 이런 상황을 자조하며 내뱉은 표현이 '위험할 때 방패로도 쓸 수 없는 몸'이다. 거듭 언급했듯 라이트는 책임감이 강하며 어린이와 시민을 마땅히 지켜야 할 존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책무를 수행하기는커녕 주변의 도움을 받아도 겨우 1인분을 하기 힘든 실정이다. 평소 내색하지 않을 뿐, 그도 답답함을 어찌 못하고 속으로 삭히고 있다.
이런 고민을 솔직하게 토로하는 에피소드가 '칼리오스트로'의 개인 스토리 3장이다. 어드미니스터를 토벌하고 레지스 2호가 우주로 떠난 시점이며, 안드로이드가 태어나는 시설 '센트럴'에서 앞서 언급한 자조와 그간 숨겨온 속내를 토로한다. 그가 장난처럼 던진 새 육체로 몸을 전이하는 실험에 대해 사뭇 진지하게 '그것도 괜찮을지도'라고 답할 정도니,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을까 싶다.
이후 라이트와 칼리오스트로의 비밀스러운 회담 결과는 해당 스토리를 참고하길 바란다. 결과적으로 라이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다시 여정을 떠날 활력을 찾는다. 역시 고민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과 나눠야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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