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보드] 과소비를 누구보다 경계하는 '야가미 이오리'

'킹 오브 파이터 AFK(킹오파 AFK)'의 원본 더 킹 오브 파이터즈(이하 KOF)의 라이벌 구도하면 떠오르는 게 야가미 이오리(이하 이오리)와 쿠사나기 쿄(이하 쿄)다. 둘 가운데 이오리가 핼러윈을 맞아 특별한 옷을 입고 등장했다. 검은 갓에 검은 도포를 입은 영락없는 저승사자다. 이로써 쿄를 제치고, 킹오파 AFK 사상 첫 3중 배리에이션 타이틀을 획득했다.

이오리는 KOF 시리즈 내내 유명세를 떨친 캐릭터다. 특유의 옷차림과 성격 그리고 특유의 폭주 폼 덕분에 격투 게이머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안긴 덕분이다. 국내에선 과소비를 경계하는(?) 대사로 타 게임 유저들에게 인지도를 쌓기도 했다. 오늘은 핼러윈 배리에이션 픽업을 기념해, 이런 이오리의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쿄의 영원한 라이벌

이오리를 이야기하려면, 쿄를 빼놓을 수 없다. 같은 삼신기의 일원이고, 자신에게 첫 패배를 안겨준 라이벌이기 때문이다. 처음 등장한 KOF '95에서 팀원인 빌리 칸과 키사라기 에이지가 완전히 패배한 것과 반대로 쿄와 이오리의 싸움은 타임오버까지 이어졌다. 그 결과 승부가 나기 전 시간 초과로 일본팀이 승리한다. 첫 등장부터 쿄를 굉장히 싫어하고, 툭하면 '죽인다'라고 말하는데, 저 말이 어디까지 진심인지는 팬덤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오리는 후속작 KOF '96부터 삼신기와 오로치의 숙명에 휩쓸린다. 사건의 발단은 조용히 지내던 이오리를 매츄어와 바이스가 습격한 것이다. 이윽고 실력 차이를 깨달은 둘은 쿄를 쓰러트리는 데 도움을 주겠다며 회유했고, 셋이서 팀을 구성해 KOF에 참가한다. 대회에 참가한 이오리는 최종적으로 오로치 사천왕 게닛츠를 쓰러트린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오리가 보라색이 아닌 붉은색 불꽃을 뿜는다. 이에 당황한 이오리는 자신의 뿌리인 야가미 가문에 얽힌 비화를 치즈루에게 듣게 된다. 물론, 이오리는 숙명 따위 신경쓰지 않는 쿨가이다. 코웃음 한 번 치고는 그대로 헤어진다. 

가장 충격적인 건 팀 엔딩이다. 갑자기 이오리가 폭주하더니 팀원인 매츄어와 바이스를 공격해 큰 상처를 입힌다. 당시 묘사에 따르면, 이때 매츄어와 바이스가 사망한 것으로 나온다. 여기서 시작해 KOF '97로 정착한 폭주 폼은  격투 게임 속 폭주 캐릭터의 대명사로 자리잡는다.

KOF '97에서 이오리는 정사의 핵심 캐릭터로 등장한다. 팀을 '쿠사나기 쿄 - 야가미 이오리 - 카구라 치즈루'로 꾸린 뒤 게임을 플레이하면 삼신기 엔딩을 감상할 수 있다. 시리즈에서 중요한 팀이니 알아두자.

이오리는 오로치 봉인에 큰 역할을 한다. 대회 도중 자신처럼 오로치의 피로 인해 폭주한 레오나가 난입하고, 그녀를 쓰러트리자 게닛츠를 제외한 오로치 사천왕 야시로, 크리스, 셸미가 나타났다. 오로치 부활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은 삼신기 팀은 그대로 싸움에 돌입, 사천왕을 쓰러트렸다. 그러나 싸움에서 발생한 에너지가 오로치 각성에 힘을 더해준 꼴이 됐다. 그렇게 크리스의 몸에 재림한 오로치를 상대로 연전을 이어 나갔다.

인간은 지구의사 오로치를 죽일 수 없었고, 양쪽 다 힘을 크게 소진했다. 이때 오로치는 마지막 발악으로 이오리를 다시 폭주시켜 내분을 유도한다. 그런데 이오리가 오로치에게 달려들어 목을 움켜쥐고 엄청난 화염을 쏟아내는 게 아닌가? 이에 질세라 치즈루와 쿄가 합세해 마침내 오로치를 봉인하는 데 성공한다.

같이 쓰러진 쿄는 비밀 조직 네스츠에게 납치되고, 이오리는 치즈루에게 구출됐다. 99~2001로 전개한 '네스츠편'의 도입부다. 이때 주인공이 쿠사나기 쿄에서 K'로 바뀌는데, 이오리도 함께 존재감이 줄었다. 플레이어블로 쭉 등장하긴 하나, 메인 스토리에선 사실상 은퇴한 셈이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KOF 2003, 신규 스토리 '애쉬 편'에서 고생길이 열린다.

애쉬 : 이게 당신의 불꽃입니다
이오리 : 뭐야, 돌려줘요

KOF 2003부터 세 번째 주인공 애쉬 크림슨이 등장한다. 근데 이 친구, 삼신기 팀 힘의 근원인 삼신기를 노리는 비범한 인물이다. 데뷔작에서 치즈루의 '야타의 거울'을 빼앗더니, 이오리에게 '다음 타겟은 너'라는 도발까지 했다. 이오리 성질에 이걸 그냥 넘어갈 리가 없다. 바로 덤벼들었지만, 막 빼앗은 야타의 거울 힘으로 뒤를 잡곤 다음에 찾아오겠다고 다시 도발하고 사라진다. 이오리의 성질이 뻗치는 건 덤이다.

애쉬편 스토리는 오로치와 같은 지구의사가 등장해 오로치와 관련 이오리, 레오나가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KOF XI에서는 다시 폭주하고 말았다. 싸움의 여파로 오로치의 봉인이 잠시 풀려버린 게 원인이다. 이를 놓치지 않은 애쉬가 난입해 '야사카니의 곡옥'을 탈취당해 불꽃의 힘이 사라졌다. 그렇게 KOF XII는 전대미문의 불꽃을 쓰지 못하는 이오리가 등장했다. 당시 굉장한 놀림을 받았는데, KOF를 오래 즐긴 유저는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물론, 이오리 성격에 그냥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애쉬의 뒤를 계속 쫓았고, 마침내 KOF XIII에서 힘을 되찾았다. 이때 게임 설정에 따르면, 오로치의 힘이 섞인 불꽃이 사라진 덕분에 야사카니류 기술이 더 예리해졌다는 설정이다. 이는 게임 성능에도 적용돼 시리즈별 최강의 이오리를 꼽을 때 항상 노미네이트 된다.

여기서 이오리의 폭주 원인이 삼신기인 야사카니의 곡옥에 있음이 밝혀진다. 가문 대대로 오로치의 힘을 얻는 대신 폭주하거나 단명하곤 했다. 660년간 이어진 오로치와 계약의 대가다. 만약 이오리가 곡옥을 포기하면, 오로치의 저주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오리는 일말의 고민 없이 힘을 되찾았다. 아니 손에서 불이 나온다니까요?

킹오파 AFK의 이오리는 무려 셋이지요

이제 킹오파 AFK 속 이오리를 살펴보자. 지난 10월 23일 깜짝 등장한 스푸키 나이트 스타일을 합쳐 총 3종류의 이오리가 있다. 유니크에 1명, 레전드에 2명이다. 앞서 몇 번 언급한 폭주 이오리는 오로치 이오리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팀배틀 상점과 프리미엄 뽑기로만 만날 수 있는 특수 파이터로 유저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전투 스타일은 유니크 이오리가 95, 오로치 이오리는 97, 할로윈 이오리는 스푸키 나이트다. 할로윈 이오리는 킹오파 AFK 오리지널 스타일로 등장해 화제다. 특히 한국 고유의 의상 한복에 삿갓까지 쓴게 영락없는 저승사자 코스튬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사자보이즈가 연상된다. 마침 이오리는 취미가 밴드의 베이시스트와 보컬이라는 설정이라 잘 어울린다.

이오리의 간판 초필살기 금 1211식 팔치녀는 오로치 이오리가 사용한다. 국내에선 몬더그린인 '과소비가 원인이다'라 알려진 기술이다. 정확한 뜻은 '장난은 끝이다! (아소비와 오와리다!)'인데, 게임 초기엔 발음이 뭉개져서 들렸기에 이렇게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지금도 KOF를 즐기는 스트리머나 플레이어들은 제대로 된 뜻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즐겨 쓰는 추세다. 혹자는 과소비를 경계하라는 이오리의 큰 그림으로 받아들인다는데, 믿거나 말거나다.